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여 동안 추진한 외교적 행보는 이전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진행된 대북 유화 정책과 그로 말미암아 발생한 한미 관계나 한일 관계 등의 이완된 부분을 복원해 한국의 외교 안보 태세를 정상화하고 재강화하는 작업이었다. 올해 3월의 한일정상회담 개최로 본격 추구된 한국 외교의 정상화가 최근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과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러한 정상화 작업은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외교가 반석 위에 놓여 안정적으로 지속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이러한 전환이 조직적·체계적인 것이라기보다 윤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에 의한 것으로 비쳐진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을 내포한다. 그 하나는 이러한 전환을 가져온 가치 지향이 윤 대통령 개인에 의한 것이라면 이전의 많은 정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불리한 정치적 환경이나 리더십으로 교체되는 경우 다시 변할 수 있다는 불안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가치 지향이 윤 대통령과 그 스태프들 사이에 얼마나 공유돼 있는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는 장면들이다. 불협화음까지는 아니어도 투박한 대응으로 종종 언론의 비판을 사는 것을 보면 아무리 비우호적인 환경과 짧은 준비 기간을 감안한다고 해도 엇박자가 나는 듯하고 정책 및 가치 지향에 대한 공유나 자기 역할 찾기가 아직은 미진한 듯 보여 우려를 낳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외교적 성과가 국정 운영의 중요한 출발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현재 한국이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강한 외교는 국내의 강력한 지지에 기반하기 때문인데 다시금 주목받는 영아 유기나 마약 등 사회적 문제들과 더욱 기승을 부리는 괴담 및 유언비어 정치나 갑질사회의 모습들은 경제적 격차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에 더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을 넘어 환멸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부차적 효과라고 해도 그동안 선진국에 돌입해 일본을 이겨내자며 노력해온 대가로서의 미래상은 아니며 이에 대한 해답의 모색이 강한 외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경제 성장과 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한 후에 어떠한 국가와 사회를 지향해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미래상의 부재 또는 상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동안 남북 협력으로 통합된 한국의 미래상을 도출하고자 했지만 이는 진정한 협의보다는 단물 빼기 아니면 도발·비방으로 일관하는 전근대적이고 정권 생존의 권력욕에만 집착한 상대방으로 인해 별 진척 없이 환상으로 그쳤다.
국민을 위로하고 감동과 자부심으로 환멸과 허탈에서 벗어나 활력 있는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시대와 환경의 미래상을 다시금 구상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 정부가 제시하는 ‘글로벌국가’론은 휼륭한 자원이다. 이미 110대 또는 120대 과제로 잘 정리된 것이 있지만 정치적으로나 대국민 어필용으로 활용될 수 있게 좀 더 간결하고 강력한 메시지로의 변환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국제규범을 준수하며 세계적 지속 성장의 기틀을 지키는 국제국가적 면모, 차등적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성숙국가적 면모, 이제는 세계 빈곤 퇴치 문제 등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성장 모델로서의 기여국가적 면모 등과 같이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 대내외적으로 희망을 이끌어내는 체계로의 변환이다. 5년 단임제 하의 2차 연도는 이전의 과오를 시정해 정상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으로 희망을 쏘아올려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