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멀티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금융투자 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가 투자한 전체 해외 부동산 중 절반이 오피스빌딩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신용평가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 26개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규모는 약 15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용도별로는 오피스 비중이 50%(약 7조 7500억 원)로 가장 컸고 이어 숙박시설 17%(2조 6350억 원), 주거용 12%(1조 8600억 원), 물류 7%(1조 850억 원) 등이었다.
나라별로는 미국(7조 2850억 원)이 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유럽 26%(4조 300억 원), 아시아 12%(1조 8600억 원), 영국 8%(1조 2400억 원) 등으로 미국과 유럽(영국 포함) 비중만 81%에 달했다.
중소형사보다는 대형사들이 해외 부동산 관련 리스크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자기자본 3조 원 이상) 9곳의 전체 자기자본 56조 7000억 원 중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 부동산담보대출, 우발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인 반면 중소형사 17개사의 전체 자기자본(18조 4000억 원) 대비 해외 부동산 비중은 11%에 그쳤다.
국내 증권사들은 2010년대 중후반 낮은 금리와 우호적인 환율 여건에 힘입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다. 특히 오피스 건물은 경기 사이클에 가격이 크게 좌우되지 않고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북미·유럽 중심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해 오피스 수요가 줄어든 데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며 부실 우려가 확대됐다.
이달 20일 기준 순자산 총액만 75조 9819억 원에 달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의 부실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부동산 펀드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업계에서는 ‘시한폭탄’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 물량은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의 40%에 육박하는 29조 9000억 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