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4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간에 묵시적 담합을 통한 이권 카르텔적 요인이 작용했는지 면밀히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이권 카르텔 척결’이 문화 분야에서는 출판계에 타깃이 맞춰지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협의 회계처리를 들여다본 결과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 누락 등 한심한 탈선 행태가 발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출협은 국고보조금이 집행되는 민간 단체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출판진흥원이 이를 감독하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출협은 2018년부터 5년간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수익금의 상세 내역을 단 한 차례도 출판진흥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감독 기관인 출판진흥원이 확인 과정 없이 이를 그대로 추인해왔다고 문체부는 지적했다.
지난 6월 코엑스에서 열린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경우 10억원 내외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보통 출협은 도서전 기간 입장료와 출판사 등 참가 기관의 부스 사용료를 받아 수억 원대의 수익금이 발생한다. 그러나 문체부는 출협이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초과 이익 국고 반납 의무 등 기본적인 회계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출협이 감사 과정에서 수익금 입출금 내역 일부를 지우고 제출(통장에 흰색으로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제출한 수익금 내역에서 지워진 상당 부분이 해외 참가 기관으로부터 받은 참가비로 밝혀졌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박 장관은 또한 “조사 결과 보조금법 등 실정법 위반 혐의가 밝혀지면 출협 책임자에 대해 관계 당국에 수사 의뢰를 할 것”이라며 “출판진흥원에 대해서도 정산 업무 소홀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K컬처의 바탕이 되는 K북과 출판을 중심 사업으로 두고 지난 6월 출판계 재도약을 위한 추진 전략 등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출판진흥원과 한국문학번역원 등 출판 관련 기관들에 대한 정책 감사를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84억원의 예산이 지원된 출판진흥원의 세종도서 선정 구입의 투명성 부족과 16억원의 보조금이 투입된 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 사업의 공정성 문제 등을 개선을 지적한 바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문체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오히려 출판문화정책의 파탄을 이유로 박보균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출협은 “그동안 출협은 보조금 정산을 규정에 따라 정산 완료 및 회계 검사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고, 정산 완료 확정 통보 공문을 출판진흥원으로부터 수령했다”며 “출협은 최근 십수년간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해 문체부 담당관과 출판진흥원의 승인 없이 정산을 마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문체부가 ‘출협이 비협조적’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출협은 문체부의 산하 기관이 아니다”며 “정부 지시에 민간 기관이 맹목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에 물든 관점이 아니라면 이런 발언은 하기 힘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한 나라의 출판문화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 자신의 명령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표적 감사에서 의혹이 있다는 정도로 현재, 간신히 발전하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을 망가뜨리려고 시도하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박보균 장관의 해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