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동조합연맹 경기교사노조가 학부모 악성민원 사례를 받는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교사들의 피해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24일 경기교사노조는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원 침해 미투(me too)’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지난 21일 오전 11시 경부터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사이트를 개설해 학부모 악성민원 사례를 받고 있다.
사이트가 문을 연 지 나흘째인 이날 기준 사이트에는 약 1700건의 악성 민원 사례 글이 올라왔다.
유아특수교사 A씨는 학부모 악성민원 중 하나로 입학식 날 3세 특수반에 입학한 유아의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결혼했어요? 아 아직이시구나. 미혼 선생님이 아이들을 열정 있게 잘 가르쳐주시던데 선생님은 제 아들 졸업할 때까지 결혼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은 사례를 소개했다.
또 한 공립유치원 교사는 "아이가 집에서는 채소를 먹지 못하는데 유치원에선 먹여주세요. 단, 억지로 먹이면 안 됩니다"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적지 않은 학부모가 이와 비슷한 요구를 해서 공황장애, 우울증을 앓는 교사가 많다고 전했다.
한 특수교사도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저는 무기가 많아요",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제가 다 위원인 거 아시죠?", "내가 아동학대로 고소해야겠어요? 우리 애가 선생님 싫다는데 내가 학운위라 교장선생님 봐서 참아주는 거야" 등의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며 교육활동에 학부모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서울의 한 중학교 학교폭력담당교사로 근무하던 교사의 가족이라고 밝힌 이는 "학폭 가해자 부모로부터 소송당하고 스트레스로 암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4년 전 39세에 세상을 떠났다"며 "이제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려나 보다"고 털어놨다.
경기교사노조 황봄이 교권보호국장은 "사례 수집과 함께 교사들이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고 마음의 위로를 찾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당분간 사이트를 운영할 것"이라며 "사이트에 올라온 사례들을 보고 정리한 대안을 오늘 교사노조연맹과 교육부 장관 간담회 때 전달해 교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A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해당 교사가 과도한 학부모 민원으로 인해 힘들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교육 당국과 경찰 등은 관련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