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옥석 가리기로 좀비 기업 구조 조정하고 연쇄 부실 막아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부실 기업·가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도 구조 조정 등 구조 개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의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9월 일단 종료된다. 금융기관과 차주의 자율 협의로 만기 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상환 유예는 최대 2028년 9월까지 가능해졌지만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연착륙이 가능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 등 5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대출 규모만도 약 36조 6000억 원에 달한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외부 감사를 받는 비금융 기업 중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 비용) 1 미만인 곳이 지난해 말 35.1%로 3분의 1을 넘는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30.9%에 비해 4.2%포인트나 높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인 한계 기업(좀비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7.5%에 이른다. 2016년 말 9.3%에서 6년 새 8.2%포인트나 증가했다.

관련기사



좀비 기업이 정리되지 못하고 방치되면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국민의 부담을 키우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국가의 제한된 자금이 성장 부문으로 흘러가는 선순환을 막아 저성장이라는 만성질환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부실 기업의 옥석을 가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우량 기업은 적극 지원하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 기업은 과감히 구조 조정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구조 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노동자의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되 노동조합도 자구 노력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에서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짧은 기간에 부실 기업을 과감히 정리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부실 기업을 신속히 정상화하는 데 효과적인 워크아웃제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10월 15일 일몰 예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연장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까지 커지고 있으므로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 적립 등 선제적 대책으로 연쇄 부실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