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고온 다습한 ‘찜통더위’가 찾아오면서 온열질환에 따른 노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당분간 최고기온 35도, 최저기온 25도를 웃도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야외 활동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질병관리청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29~30일 이틀간 경기·경남·경북 등 지역에서 11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북에서만 이틀 동안 6명이 숨졌다. 29일 경산시 자인면의 한 밭에서 7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으며 문경시 영순면에서도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같은 날 김천시 농소면 과수원에서 80대 여성이, 상주시 이안면에서는 참깨밭에서 일을 하던 90대 노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 30일에도 노인 2명이 사망했다. 예천군 감천면 관현리에서 80대 남성이 풀밭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같은 시간대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에서도 90대 남성이 밭일을 하러 갔다가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발견 당시 체온이 높은 상태였다.
경북도와 22개 시군 폭염 담당 과장은 이날 폭염 피해 대비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폭염 취약 계층 인명 피해 예방책 논의에 들어갔다.
경남에서도 남해군에서 80대 여성이 밭일을 하다 29일 사망했으며 밀양시에서는 28일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던 50대 남성이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다 29일 숨졌다. 경기에서는 29일 양평군 옥수수밭에서 90대 여성 A 씨가 쓰러져 숨졌으며 같은 날 안성시에서도 80대 남성이 밭에서 사망한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충북에서도 제천에서 농작업 중 쓰러진 주민이 숨져 충북 지역 내 첫 온열질환 사망 사례가 나왔다. 이처럼 지난 주말에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증한 것은 최근 지속된 장마로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갑자기 폭염이 찾아와 체감온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에 따르면 장마가 종료된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온열질환자는 255명으로 집계됐다. 24일과 25일 온열질환자는 각각 7명, 14명이었다가 장마 종료가 선언된 26일 46명으로 급증했고 27일 65명, 28일에는 71명, 29일 73명으로 계속 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으며 당분간 아침과 낮 기온도 각각 23~27도, 30~35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일주일 이상 열대야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2~9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26~27도로 예상된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의 기온이 25도를 넘는 것을 말한다.
장마는 끝났지만 폭염 속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는 ‘도깨비 날씨’도 예상된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강원 동해안 제외)과 전라권, 경북권, 경남 내륙, 제주도 등에서 폭우성 소나기가 내리는 등 일부 지역에서 폭염특보와 호우특보가 동시에 발효되기도 했다.
김덕호 노원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불쾌감·권태감 수준의 증상을 넘어 체온 조절 기능 이상으로 인한 열사병 등의 고온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고혈압·심장병·당뇨 환자나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 야외 근로자, 독거노인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후 2~5시 시간대에는 외출이나 운동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폭염으로 두통·어지러움·메스꺼움 증상이 나타나면 그늘이나 서늘한 실내로 이동한 뒤 찬물을 마시고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히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반드시 의료 기관을 방문하거나 응급 상황 시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