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 이후 6개월은 제대로 일하는 의원들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도 있었지만 당선된 의원들의 상당수가 초선이라 어떻게 일해야 할지도 몰랐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제21대 총선 직후를 회고하며 31일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3년 전 총선에서 180명(더불어시민당 포함)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사실상 민주당 성향이던 열린민주당(3석)까지 더하면 183석의 거대 여당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정권 초 한반도 평화 모드를 조성하고 코로나19 초기 방역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이 되고자 한 국민의 바람이 담긴 결과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부의 민생 안정 대책은 국가재정 활용에 의존한 ‘돈 풀기’에 머물렀다. 지난 정권에서 국가부채가 폭증한 상황임에도 민생 경제 회복을 내세워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만 거듭 촉구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다수 배출된 가운데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 의원들도 좀처럼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포퓰리즘 정당’ 이미지만 굳혀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석수를 앞세운 ‘입법 독주’는 국정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시키고 있다. 여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각각 4월과 5월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모두 대체 법안을 통해 여야 합의 없이 재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도 야당의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로,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조급해진 탓에 여러 악수를 뒀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가 대표적 사례다. 야당은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지만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되며 오히려 ‘거대 야당의 무책임한 탄핵소추권 남발’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단독 추진한 뒤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는 17개 광역단체장 중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 등 5개 지역을 제외한 12개 지역에서 패배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협치 논의를 위해 제안한 ‘영수회담’이 윤 대통령의 거부로 1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는 등 야당으로서도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당에 대한 신뢰를 잃은 민주당이 ‘대화’보다는 수적 우위를 활용한 ‘독주’라는 편한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과거 원내 지도부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협상이란 원래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여야 모두 받으려고만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도 민심을 읽으며 여당과 협치하는 정치력을 우선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결과적으로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해도 책임은 대통령에게 지우고 자신들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가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무리한 입법 전략과 무차별적인 대여(對與) 공세가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민주당은 대안적 수권 정당으로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