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유통 거품 뺀 가성비 전략…국내 면도기시장 3위 도약

[창업 멘토가 전하는 성공 오디세이]

반값 면도기로 이름 알린 와이즐리

유통·마케팅 거품 빼 절저한 가성비 전략

올해 80% 성장 이뤄내 흑자 전환 전망





‘스타트업 코리아.’ 새 정부는 장기 저성장 구조로 접어든 한국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혁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을 통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목표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투자 시장은 얼어붙었고,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창업을 통한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창업 멘토가 전하는 성공 오디세이’ 코너를 신설, 기술력을 무기로 창업해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성장하고 있는 혁신 창업가들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예비 창업가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본다.




“‘가성비’는 말 그대로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뜻이잖아요. 단순 싸구려와는 의미가 다르죠. 와이즐리를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가성비 좋은 회사로 키우자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는 31일 “좋은 걸 싸게 사려는 니즈(수요)는 상거래 행위의 기본적인 밑바탕”이라며 와이즐리가 추구하는 ‘가성비 전략’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쿠팡이 등장한 이후 빠른 배송이 온라인 유통 시장을 주도하는 ‘대세 전략’으로 떠올랐지만, 김 대표는 질 좋은 상품을 사려는 기본적인 욕구를 겨냥한 시장에 오히려 기회가 더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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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설립된 와이즐리는 생활용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2018년 ‘반값 면도기’를 출시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가격을 경쟁사 대비 5분의 1까지 낮춰 4000원 대에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와이즐리는 현재 국내 면도기 시장에서 질레트·도루코에 이어 3위(고객수 기준 15% 점유율) 브랜드로 도약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고객 충성도가 워낙 높아 신생 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광고 없이 이같은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최근에는 면도기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생리대, 바디케어 등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김 대표는 와이즐리가 ‘가격 파괴’에 성공한 비결로 유통 과정의 차별화를 꼽았다. 중간 유통업체들이 가져가는 마진을 없애는 대신 품질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소비자 대상 직접판매)로 가격을 낮췄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A사에서 화장품이나 영양제를 산다고 할 때 판매가의 약 55%는 유통사가 가져가는 수익”이라면서 “와이즐리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생산하고, 자체 채널을 통해 100% 판매해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사 쇼핑몰 구축에 카페24(042000)의 기업용 서비스를 활용해 큰 투자가 필요 없었던 것도 비용 절감에 한몫했다. 김 대표는 “자사몰을 통해 판매하다 보니 마케팅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어 가격을 더 내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성비 전략 사업 방식에 대한 구상은 김 대표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 때 자취를 했던 그는 생활용품 지출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러던 중 면도기의 제조원가가 판매가의 5%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졸업 후 유명 컨설팅 회사를 다니면서 소비재들의 유통구조를 더 자세히 알게 됐고, 창업을 결심했다.

물론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창업 4년째인 2021년 성장이 주춤했다.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됐지만 결국 기존 창업 모토인 가성비 전략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두 차례나 주요 상품의 가격을 내리면서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해 19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성장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전년 대비 약 80% 성장한 매출 300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는 “최고의 가성비가 아니면 안 팔겠다는 원칙으로 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며 “올해 연간 매출이 300억 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손익분기점(BEP)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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