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청년과 노인의 투표권 경중을 달리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노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2030 청년 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남은 기대 수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되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이기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라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표결하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위원장은 “아들이 중학교 시절에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민주당을 쇄신하겠다고 나선 혁신위원장이 외려 국민들의 상식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지독한 노인 폄하” “굉장히 몰상식하다” 등의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맞는 얘기”라며 “지금 투표하는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이라고 주장해 충격을 줬다. 민주당 인사의 노인 비하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04년 3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이니까”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자신의 SNS에 “윤석열 지지자들은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라는 글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에서 노인을 폄훼하는 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이 약한 노년층을 때려 청년층의 환심을 사려는 갈라치기 전략으로 보인다. 세대 갈등을 조장해 표를 얻으려는 행태는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죄악이다. 김 위원장은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 정식으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민주당도 세대 갈라치기 정략을 접고 국가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