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를 통해 현장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자와 현장 사무실 간의 상호 체크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특히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빠짐없이 기록하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철근 빼 먹기나 우중 콘크리트 타설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양천구 ‘국회대로 지하 차도 및 상부 공원화(1단계) 건설공사’ 현장은 보통의 공사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CCTV와 짐벌(카메라 받침대)·보디캠·드론 등 각종 촬영 장비 16대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국회대로를 제물포터널과 연계해 지하화함으로써 상습 정체를 해소하고 기존 도로인 상부에는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공사는 서울시의 발주로 2018년 착공해 내년 말 준공이 예정돼 있다.
이 현장이 다양한 촬영 장비를 보유한 것은 서울시가 지난해 7월부터 공공 공사장에 동영상 기록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74개 공공 공사장에서 동영상 촬영을 시행하고 있다. 국회대로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이동식 CCTV 6대와 고정식 CCTV 4대, 짐벌 4대, 넥밴드식 보디캠 1대, 드론 1대를 이용해 각종 공사 과정을 빠짐없이 촬영하고 있었다. 일부 작업자들은 휴대폰에 부착된 짐벌과 목에 건 보디캠을 이용해 검측 과정도 촬영했다. 이 영상은 공사장 한 편에 마련된 현장 사무실로 실시간 송출돼 현장소장 등 사무실 직원들이 현장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는 이를 통해 부실 공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응호 현장소장은 “우중 콘크리트 타설이 금지돼 있지만 갑자기 소나기가 오는 경우 공정이 밀렸다는 이유로 그냥 작업하는 곳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 현장의 경우 동영상으로 24시간 촬영을 하고 있는 만큼 그런 일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한 작업자가 목걸이식 보디캠을 이용해 철근 배근 작업 상황을 촬영했으며 이 영상은 곧장 사무실과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로 동시에 송출됐다.
현장 관계자들은 동영상 기록 관리를 통해 근로자와 공사장 주변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소장은 “통상 장마철과 같이 비가 많이 올 때는 집수정의 물이 넘칠 우려가 있는 만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데 과거에는 작업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육안으로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이 유일했다”며 “이 현장의 경우 CCTV를 통해 24시간 사무실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직접 갈 필요가 없는 데다 문제가 발생하는 즉시 발견해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성보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장도 “CCTV를 통해 공사 현장은 물론 현장 주변의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산사태나 범람과 같은 위험 상황에도 바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동영상 기록 관리는 공공 공사장이 아닌 민간 공사장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도급 순위 상위 30개 건설사 모두 동영상 기록 관리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는 이를 위해 건설공사 동영상 기록 관리 매뉴얼을 작성해 민간 건설사에 배포했다. 김 본부장은 “슬래브나 보·기둥·옹벽 등 각 부위에 따른 촬영 가이드를 알려주기 위한, 어떤 것들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일종의 좌표를 제공하는 샘플을 만들고 있다”며 “가능한 한 8월 내에 이를 완성해 민간 건설사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