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행렬

조말선






암탉 한 마리와 나 사이에 긴 행렬이 있다 나는 암탉을 키우지 않는다 암탉 한 마리와 나 사이에 순행하는 자연이 있다 암탉이 밀어낸 알들의 차례가 있다 어제의 달걀판은 오늘의 달걀판을 받든다 총상꽃차례의 꽃대에서 어제의 꽃송이가 오늘의 꽃송이를 받든다 보이지 않게 세계는 부패하고 있다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하여 암탉 한 마리와 나 사이에 긴 행렬이 있다 마침내 내게 당도한 꽃다발이 안심하고 냄새를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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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과 나 사이에 긴 행렬이 있는 것처럼, 생선 한 마리와 나 사이에도 긴 행렬이 있다. 수박 한 통과 나 사이에도 긴 행렬이 있다. 일용하는 모든 것들과 나 사이에 순행하는 자연이 있다. 점점 행렬은 보이지 않고 상품만 보인다. 암탉은 보이지 않고 알만 보인다. 알은 달걀판이 낳는다. 보이지 않는 행렬에서 부패가 생긴다. 꽃다발은 냄새가 아니라 향기를 피워야 한다. 행렬은 짧고 눈에 보일수록 좋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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