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A씨가 의뢰자에게 건넨 토익 시험 답안 쪽지. 사진=서울경찰청 제공토익·텝스 등 영어 어학 시험 고득점을 노리는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시험 중 답안을 건네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뒤 수백만 원을 받아낸 브로커와 의뢰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 유명 어학원 강사로 재직했던 경력이 있는 브로커는 도박자금과 생활비로 쓸 돈을 벌겠다는 명목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의뢰인을 모집하고 시험 중 부정행위를 저지른 브로커 A(29)씨와 의뢰자 등 20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A씨는 SNS 광고를 통해 어학 시험 고득점을 원하는 취업준비생 등 의뢰자를 모집했다. A씨는 의뢰자와 함께 시험에 응시해 빠르게 문제를 풀었다. 이후 화장실을 이용하는 도중 미리 숨겨둔 휴대전화로 답안을 전송하거나, 답을 적어둔 ‘컨닝 페이퍼’를 화장실에 은닉해 건네는 방법으로 23회에 걸쳐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듣기평가가 종료된 후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의뢰자들과 범행을 모의해 이러한 방법으로 답안을 건네고, 그 대가로 건당 300~5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의뢰자 B씨가 토익 시험장에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고사실로 복귀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사진=서울경찰청 제공A씨는 의뢰자들이 원하는 점수대에 맞춰 답안을 제공했다. 의뢰자들은 대부분 20대 취업준비생이나 학생들로, 취업 등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려 의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022년 11월 한국토익위원회가 시험 과정에서 적발한 부정시험 의심자 2명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브로커 A씨의 신원을 특정한 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의뢰자 명단과 차명계좌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후 의뢰자들을 추가로 확인해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A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국내 유명 어학원에 재직했으나 도박자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시작했다. 본인이 출연했던 어학원 동영상과 강의자료 등을 활용해 의뢰자를 모집했고, 사전에 의뢰자를 만나 원하는 점수대를 확인했다. 답안 전달 방법을 알려주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영어 등 외국어 시험 관련 부정행위 첩보 수집과 단속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학 등 각종 시험에서 불법행위를 하는 경우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 바란다”며 “시험 관련 부정행위 등을 발견할 경우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