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소환된 대만 ‘두부 빌딩’





2016년 2월 6일 새벽 대만 남부 지역에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 여파로 타이난시에서 1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인 웨이관진룽빌딩이 무너져 116명이 사망했다. 지진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117명 가운데 대부분이 이 건물 붕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대만 현지 언론은 처참했던 사고 상황을 “두부가 부서지듯 빌딩이 무너져 두부 조각을 연상하게 한다”고 묘사했다. 이후 이 사건에는 ‘두부 빌딩’ ‘두부 시공’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이 빌딩에서 유독 많은 희생자가 나와 당시 대만 사회에서는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인근 건물들은 한쪽으로 기울기만 하고 붕괴하거나 크게 부서지지 않았는데 웨이관진룽빌딩만 완전히 무너졌다. 대만 검찰이 수사한 결과 부실 공사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차 있어야 할 건물 벽에서 식용유 통 등 양철 깡통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에는 스티로폼이 잔뜩 들어 있었다. 사용된 철근 두께도 기준치에 한참 미달할 정도로 가늘었다. 당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건물 입주자들이 붕괴 사고 전에 건물에 금이 가고 타일이 떨어져 건설사에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대만 검찰은 건설사 사장 등 관련자 3명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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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에 이어 LH 발주 아파트 15개 단지에서 철근 부품인 전단 보강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만의 ‘두부 빌딩’ 사건이 소환됐다. 아파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두부 빌딩’이 회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만 사례처럼 철근 누락으로 아파트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무서워서 살겠나’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등 걱정과 분노를 표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철근 빠진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는 설계에서 시공·감리까지 건설 현장 전반의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LH 발주 아파트 전수조사에서 아예 다른 층의 도면을 보고 짓는 등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사례까지 적발됐다. 먹거리와 함께 건설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인 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한 뒤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고 확실한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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