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2차전지 주도주인 ‘에코프로(086520) 형제’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혹평을 내놓으면서 주가 과열에 제동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투자 광풍이 한바탕 휩쓸고 난 뒤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4일 상당수 증권사는 에코프로비엠(247540)의 2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내고 투자 의견을 줄줄이 낮춰 잡았다. NH투자증권이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 의견을 바꾼 것을 비롯해 IBK투자·키움·메리츠증권도 매수에서 ‘보유(홀드)’ 등으로 투자 전략 수준을 한 단계씩 내렸다.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내는 경우가 드문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사실상 이들이 ‘주식을 팔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판단했다.
증권사들은 특히 에코프로비엠의 현 주가가 이미 실질 기업가치와 비교해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고 봤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는 2027~2030년 실적이 선반영된 수준으로 당분간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병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배터리셀 업체보다 양극재 업체의 기업가치가 더 크다는 사실을 설명할 요인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주가가 100만 원대로 올라선 에코프로를 향해서는 ‘여전히 나쁜 주식’이라고 표현한 보고서도 나왔다. 올 5월 에코프로에 매도 의견을 냈다가 투자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던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도 목표주가를 현 주가의 절반도 안 되는 55만 5000원으로 제시했다. 매도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낸 셈이다. 김 연구원은 “리튬 사업 등을 종합한 에코프로의 적정 가치는 14조 3000억 원”이라며 “현 시가총액이 31조 3000억 원인 점을 감안해 매도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증권가의 비관론에 발목을 잡혀 2.73%, 2.44%씩 하락 마감했다. 에코프로그룹주의 막내인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만 양극재 신사업 추진 소식에 힘입어 상한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