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감옥 보내라""정치적 박해"…또 갈라진 美

[트럼프 세번째 법원 출석]

시위대 등 집결 워싱턴DC 들썩

"반란죄" "바이든 경제 실패" 충돌

트럼프는 재차 전면 무죄 주장

"승리할 수 없다고 기소해선 안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한 후 뉴저지로 돌아가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한 후 뉴저지로 돌아가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란죄를 저지른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야 합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을 잊지 마세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한 혐의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한 3일(현지 시간), 법원 주변 모습은 갈라진 미국 사회의 또 다른 축소판이었다. 그의 법원 출석이 벌써 세 번째여서 대중도 익숙해진 듯 격렬한 반응은 없었으며 시위대의 규모도 크지 않고 집회도 비교적 평화롭게 이뤄졌다. 하지만 곳곳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충돌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출발해 자가용 비행기로 워싱턴DC 인근의 로널드레이건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차량을 이용해 예정보다 다소 이른 오후 3시 20분께 법원에 들어섰다. 그는 이에 앞서 성추행 입막음, 백악관 국가 기밀 문서 반출 혐의로도 기소된 바 있으며 이번 법원 출석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한 3일(현지 시간) 트럼프 반대 시위대가 그의 구속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한 3일(현지 시간) 트럼프 반대 시위대가 그의 구속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법원 ‘E 배럿 프리티맨’ 청사 주변은 그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취재진으로 붐볐다. 워싱턴DC 지역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곳으로, 시민 애나 크리스틴은 유튜브 방송을 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 “그를 가두라(Lock him up)”고 외치고 있었다. 그는 기자와 만나 “트럼프가 거짓말로 저 바보들을 선동했다”면서 “그 거짓말을 믿고 저들이 폭력적으로 변해 국회의사당을 점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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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경 장벽을 완수하라(Finish the wall)’는 피켓을 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문제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분위기를 달구는 시민들도 있었다.

법원 주변에는 ‘건너지 마시오’라고 적힌 노란 테이프를 붙인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으며 경찰은 인근 도로를 폐쇄하고 도로변 주차를 금지했다. 트럼프가 탑승한 차가 법원에 진입하는 도로 쪽에는 트럭을 세워 임시 장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출석한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트럼프 찬반 시위자들이 취재진과 뒤섞여 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출석한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트럼프 찬반 시위자들이 취재진과 뒤섞여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약 42분간 진행된 기소인부절차에서 특검이 제기한 이른바 ‘대선 뒤집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연방 특검은 이번 재판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며 미국을 속이고, 선거 인증 절차를 방해하고, 헌법에 규정된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모두 네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해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던 ‘1·6 사태’의 배후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석 후 조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재차 이번 기소가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뉴저지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오늘은) 미국에 매우 슬픈 날”이라며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하고 있고 바이든을 많이 앞서가는 사람에 대한 박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으면 박해하거나 기소하는 일이 미국에서 다시 벌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현직 대통령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소의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기소 직후 이틀간 전국의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죄를 선고받아도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공화당 지지자의 45%가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감돼야 한다면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52%가 아니라고 답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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