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이건희 컬렉션'을 완성한 이건희와 사람들

■이건희.홍라희. 컬렉션

손영옥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감정하는 사람들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그림을 바라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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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 소장한 미술품 ‘이건희 컬렉션’의 감정에 참여한 한 감정위원의 말이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보고라 할 만한 거의 모든 회화와 그림을 한 사람이 모으고 있었고, 또 그 작품들을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공공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니. 미술계와 미술 애호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술계 뿐이랴.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이건희 컬렉션을 궁금해 했다. 많은 사람들이 티켓을 사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고, 미술관으로 달려가 ‘오픈런’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오랜시간 미술전문기자, 미술 평론가로 일해 온 저자는 2021년부터 1년간 이건희 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기사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은 이 연재 기사를 토대로 쓴 책으로,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의 미술지식에 취재가 더해진 이건희 컬렉션 해설서라 할 수 있다.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이건희.홍라희'라는 제목에 의아할지 모른다. 홍라희는 호암미술관 관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좀처럼 삼성그룹에서 일로써 언론에 등장할 일이 없다. 그저 ‘이건희의 아내’로만 부각됐다. 하지만 저자는 “이건희·홍라희 부부의 첫 컬렉션은 정선의 ‘인왕제색도’였다”며 홍라희도 엄연히 이 컬렉션에 함께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감사하게도 이 컬렉션의 역사가 그저 한 사람, 남성의 자본과 진취성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노고와 고군분투로 완성 됐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이 이건희와 홍라희 부부라면, 그 내용을 채운 사람은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과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이다. 책은 두 사람을 이건희 컬렉션의 숨은 조력자로 비중있게 다룬다. 이호재 회장은 이건희의 그림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필요로 하는 그림을 사러 가고, 그가 사야 할 만한 그림을 조언했다. 박명자 회장은 홍라희와 가깝게 지내며 이건희 컬렉션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저자는 이건희 부부가 컬렉션을 구축하기 위해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연구했는지, 국내 최대 갤러리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담아낸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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