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살펴주고 도와주는 게 세금 받는 공무원의 자세 아닌가요. 자질 미달 직원에게 친절 교육을 실시하고 다른 부서로 이동시켜주기 바랍니다.”
최근 한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무원의 불친절한 응대를 질타하는 글이 올라왔다. 집 수리에 전동 드릴이 필요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대여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해 속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에 있는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잘만 빌려줬는데 왜 안 빌려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민원인을 응대한 공무원은 개인용 드릴이 있기는 하나 공용 물품이 아니어서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전동 드릴을 구입할 수 있는 근처 철물점의 위치를 안내했다. 화가 풀리지 않았던지 민원인은 대통령실에도 제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며칠 뒤 해당 행정복지센터는 사과문을 올렸다.
올 5월에는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한 주민이 공무원으로부터 심하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글을 올렸다. 공무원 여러 명이 사무실에서 수박을 먹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나눠주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지도 않아 괘씸했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면서 똑똑한 공무원들이라 일 처리는 빠르게 진행됐지만 민원인을 섬기는 게 뭔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낸 세금이 아깝다고 비판했다. 평소 조용했던 시청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항의로 도배됐다.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무원에게는 국민에게 효율적이고 친절하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내가 낸 세금으로 공무원 월급을 준다고 해서 공무원 본연의 업무와 권한을 넘어선 편의와 혜택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다. 해외에서 한 번이라도 행정 서비스를 받아봤다면 한국 공무원의 역량과 친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에 누구나 공감한다.
입직 후 5년도 채우지 않고 그만두는 공무원들이 지난해 1만 3032명이다. 2019년 7548명에서 매년 가파른 증가세다.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공개 경쟁시험 경쟁률은 31년 만에 최저치인 22.8대 1로 내려앉았다.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 문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민원 응대에 따른 어려움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테다.
호의를 계속 받다보면 그것을 권리인줄 착각한다는 어느 영화 대사가 있다. 헌법에 명시된 납세의 의무는 말 그대로 의무이지 권리가 아니다.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고 지적하는 것은 응당 칭찬할 만하지만 당신이 내 세금으로 먹고사는데 어떻게 나한테 친절하지 않을 수 있느냐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공무원 월급에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이 낸 세금도 들어간다. 게다가 공무원도 납세자의 일원으로 각종 세금을 낸다. 공무원들의 월급이 세금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감정 노동자가 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혁신행정, 적극행정, 창의행정 등 행정의 융통성은 반가운 일이지만 유능하고 친절한 공무원이 줄어들어 손해보는 건 결국 우리 납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