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경하다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록했다’, ‘미국 FDA의 등록 승인을 받았다’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제품 종류도 마스크, 소독제부터 한약, 굴비 등 식품까지 다양하다. 판매자는 제품에 FDA 로고를 넣는 것은 물론 FDA 증명서도 제시한다. 소비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하고 신뢰성 높은 허가 기구인 FDA 기준을 통과해 효능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착각하게 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FDA ‘등록’과 ‘승인’은 크게 다르다. 판매자들이 올려둔 인증서를 들여다보면 의약품 허가 및 승인이 아닌 식품이나 의약외품을 ‘등록’했다고 돼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대상인 ‘허가 및 승인’은 환자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진행하면서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시험에는 수천억 원의 비용과 5~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신약의 경우 임상 1상을 허가받았어도 품목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다.
반면 등록은 미국 수출을 위한 절차로 시험이나 검사 없이 몇 주 안에 할 수 있다. FDA는 미국에 물품을 수출하려는 모든 제조업체에 대해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산 시설과 설비, 환경 등에 대한 점검을 위해서다. 등록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증빙서류도 필요하지 않다. FDA 등록 신청 페이지에 회사와 제품에 대한 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특정 기업이 생산시설이나 장치, 제품을 FDA 등록했다고 해서 해당 시설이나 장치의 승인 및 허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기는 등록으로 현지에서 판매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검토나 승인 및 허가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기기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세 개의 클래스별로 구분 관리하고 있는데, 클래스1은 시판 전 신고절차를 면제받아 별도 절차 없이 등록이 가능하다. 코로나19 비말 차단을 위한 마스크가 통상 여기에 해당한다. 클래스2부터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진행된다. 주로 병원이나 가정용 의료기기가 포함된다. 국내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나 LG전자의 LED마스크가 클래스2를 통과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클래스3은 임상시험을 거친 FDA 승인 및 허가가 필요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FDA 등록을 받았다며 FDA 로고를 홍보에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FDA는 홈페이지 ‘로고 규정’에서 “로고는 FDA의 공식 사용을 위한 것이며 민간 부문 자료에는 사용되지 않는다”면서 “FDA 로고의 무단 사용은 연방법을 위반할 수 있으며 책임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