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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에 초전도체까지…테마가 지배한 증시서 설 곳 잃는 가치투자[선데이 머니카페]

2차전지 이어 초전도체에 국내 증시 ‘후끈’

LK-99 진위여부 두고 갑론을박…주가는 출렁

2차전지 광풍 속 포모 현상 강해졌단 진단과

99.9% 테마는 단기에 그친다는 경계론 짙어져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2차전지 광풍이 식지 않은 가운데 초전도체가 최근 증시를 지배했습니다.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아직 학계의 입증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관련주를 찾으려는 시장의 움직임이 분주해졌고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은 며칠사이 2~3배 상승하는 등 비이성적인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2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라는 테마가 등장하면서 실체 여부 등 정상적인 고민이 사라진 투자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죠. 일각에서는 현재 주가가 미래 사업가치 등을 숫자로 추산한 적정주가보다 낮은 종목을 발굴하는 가치투자가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증시 뒤덮은 초전도체 테마…‘너는 누구냐’



최근 증시를 뜨겁게 달군 테마는 초전도체입니다. 초전도체는 영하나 초고압이 아닌 상온·상압에서도 전기저항을 받지 않고 전력을 손실 없이 전달하는 물질로, 학계에서는 ‘꿈의 물질’로 불려왔습니다. 초전도체 테마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사실 채 2주도 되지 않았습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소속 국내 연구진들이 상온 초전도체인 ‘LK-99’ 개발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내놨다는 소식에 시장에서는 관련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졌고 지난달 27일 이후 이달 3일까지 서남이 262%, 덕성(004830)이 179%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초전도체로 이동했습니다. 서남은 단기에 주가가 너무 올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4일 하루간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죠.

하지만 LK-99가 상온 초전도가 맞느냐는 진위 논쟁에 불이 붙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습니다. 3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체저온학회는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를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검증위원회를 꾸린 학회는 LK-99가 마이스너 효과(초전도체가 자기장을 밀어내며 자석 위 공중에 부양하는 현상)를 보이지 않았다며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낸 것입니다.



이에 직전 거래일인 4일 모비스(250060)가 28.3% 급락했고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의 최대주주 신성델타테크(065350)가 24.7% 수직 하락했습니다. 이밖에 대창(26%), 고려제강(002240)(16.6%), 서원(14.6%), 덕성(5.3%) 등 초전도체 관련주로 구분된 종목들이 일제히 지금까지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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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를 개발한 연구진은 추후 상세히 설명할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학계와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이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네이처지 인터넷판에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의 등장에 많은 학자와 아마추어들이 재현일 시도 중이지만 주목할 만한 결과를 실험적·이론적으로 재현하려는 초기 노력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연구자들은 심히 회의적”이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죠. 어떤 연구도 LK-99가 초전도성을 지닌다는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한국 연구진은 견해를 밝혀달라는 네이처의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앞서 인도 국립물리연구소와 중국 베이항대 연구진은 LK-99를 합성했지만 초전도성을 지녔다는 징후를 관찰하지 못했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 학술지까지 거세게 비판하기 시작하면서 초전도체가 맞느냐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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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판으로 변질된 증시…FOMO 주의보



LK-99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증시의 행보가 비이성적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2차전지에서 촉발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의 연장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차전지와 초전도체로 이어지는 투기판 장세에 기업의 미래 이익을 추산하고 현재 주가가 적정 주가보다 싼 종목을 열심히 발굴하려는 가치투자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죠. 아무리 실적 혹은 중장기 미래에 현실화가 가능한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를 받고 있어도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해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적정 주가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고 단기적인 수익률만 주목받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 오래 몸을 담고 있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테마는 99.9%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는 실체 자체가 불분명한 초전도체뿐 아니라 포모발 과열이 식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는 2차전지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전기차 시대로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실제 산업의 성장 가능한 규모 등에 대한 고민 없이 단기적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죠.

에코프로(086520)·에코프로비엠(247540)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는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터리 제작업체보다 양극재 업체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미래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사업 가치를 감안하면 현 주가 수준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 등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테마가 지배한 증시와 이 테마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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