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가 날로 심해지며 금융 사업 환경이 악화하고 있지만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 2조600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대폭 쌓았지만 이자 이익과 비이자 이익 모두 고르게 성장해 실적을 방어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2조6262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만 떼어보면 순이익은 1조2383억 원으로 작년보다 4.6% 줄었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신한지주의 2분기 충당금은 5485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19% 늘었다.
신한지주의 자회사별 실적을 보면 비은행 부문인 증권과 보험의 순이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신한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9% 증가한 2419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금융(IB) 관련 수수료 감소에도 1분기 중 시장금리 하락으로 자기매매 수익이 급증한 때문이다. 신한라이프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32% 증가한 311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상반기 중 보험손익 감소에도 1분기 중 유가증권 관련 처분 및 평가 손익이 크게 늘었다.
신한지주의 최대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경우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0.1% 감소한 1조 6805억 원을 기록했다. 대출 자산이 늘고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회복하면서 전체 이자이익이 증가하고,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늘어 비이자이익도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판매관리비가 늘고 금리 상승 누적에 따른 대손 비용이 증가했다.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의 이자 이익과 비이자 이익이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은행 순이자마진(NIM) 상승과 비은행 조달 비용 감소 효과로 상반기 신한지주의 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3.3% 증가한 5조2680억 원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은행 이자이익이 4조1190억 원으로 78%를 차지했다.
비이자이익의 경우 카드와 증권, IB 등 수수료 이익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었다. 신한지주의 상반기 비이자 이익은 2조325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늘었다. 특히 유가증권, 외환·파생 및 보험금융 이익이 147.8%나 급증하며 1조1798억 원을 기록해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20개국 250여 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신한금융지주는 각 거점별 ‘컨트리 헤드(Country Head)’ 제도를 도입해 그룹사가 동반 진출한 나라에서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다지며 해외 사업 경쟁력도 높여나가고 있다. 선진 시장은 국외 자본시장 강화 관점에서 접근하고 개발도상국 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업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 내 범 은행권은 디지털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투자 및 제휴 확대 등으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선진 시장의 투자은행(IB)과 동남아에서 디지털 기반 성장으로 은행·카드·증권 등 전 업권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은 주주 환원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한 후 7월부터 금융지주 최초로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2분기 1602억 원이던 배당 총액은 올 해 2분기 2121억 원으로 늘어났다. 배당 확대와 함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총 주주 환원율을 30%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 역시 약속했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