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잼버리 배운다"던 공무원들 '이상한 출장'…관광에 크루즈 여행까지

지난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년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를 명목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녔는데 이중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일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무원의 국외 출장 기록이 등록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새만금이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부터 국내 유치 후보지로 결정된 2015년 9월 22일 이후 해외 출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출장 보고서 제목에 ‘잼버리’를 적시한 기관은 전북(55회) 부안군(25회) 새만금개발청(12회) 여성가족부(5회) 농림축산식품부(2회) 등 5곳이었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은 공무원의 국외 출장 기록을 등록하는 데이터베이스(DB)다.

전라북도의 2023 세계잼버리 성공개최를 위한 선진지(스위스,이탈리아) 사례조사 보고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전라북도의 2023 세계잼버리 성공개최를 위한 선진지(스위스,이탈리아) 사례조사 보고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2014년 3월 27일 충남 청양의 지역 언론인 뉴스 청양에 보도된 기사. 뉴스 청양 캡처2014년 3월 27일 충남 청양의 지역 언론인 뉴스 청양에 보도된 기사. 뉴스 청양 캡처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된 2017년 8월 16일 이전에는 유치전 성격의 출장이, 이후에는 선진 문물 탐방 목적의 출장이 많았다. 겉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보고서 내용을 보면 부실한 출장이 적지 않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예컨대 2018년 5월 전북 공무원 5명은 ‘세계잼버리 성공개최 키맨 면담 및 사례조사’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6박 8일간 방문했다.

실제 잼버리 관련 일정은 첫날 유럽스카우트 이사회 전(前) 의장 면담, 둘째 날 세계스카우트센터 방문 외엔 없었다. 나머지 기간에는 스위스 유명 관광지와 이탈리아 주요 도시들을 찾았는다. 셋째 날부터는 인터라켄과 루체른 등 스위스의 유명 관광지를 찾았고, 나머지 기간은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베네치아를 찾았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잼버리를 개최한 적도 없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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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국외 사례에 따른 시사점’이라며 새만금과 연결하려 했다. “새만금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처럼 차별화된 도시로 건설하여 후세에게 물려주는 방안 추진이 필요하다” 같은 식이다. 또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등 자신들이 찾은 관광지에 대한 설명은 2014년에 보도된 한 지역 언론의 여행 기사 내용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베껴 넣었다.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 프랑스 파리의 우수축제 및 자연자원 랜드마크 연구 보고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 프랑스 파리의 우수축제 및 자연자원 랜드마크 연구 보고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부안군 공무원 4명은 2019년 10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출장을 떠나면서 “영국의 잼버리대회 개최지 연구 및 파리의 우수축제 연구”를 목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런던은 103년 전인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열었고, 파리에선 개최된 적도 없었다.

출장 일정은 영국 버킹엄궁전·웨스트민스터사원, 프랑스 몽마르뜨 포도 축제·몽생미셸 수도원 방문 등 관광 코스로 짜여 있었다.

잼버리를 명목으로 크루즈 여행도 했다. 부안군은 크루즈 기항지 조성을 추진 중인데, 잼버리 개최가 확정되자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라는 명목으로 2019년 10월(13명) 중국 상해, 2019년 12월(5명) 대만 타이베이 등 2차례 관련 출장을 떠났다.

2019년 7월 25일부터 9박 11일간 미국 잼버리에 출장을 갔다. 이 출장에는 공무원이 아닌 부안군 군의원 5명과 의회 사무과 직원 3명 등 8명도 포함됐다. 출장 목적엔 “미국 잼버리를 직접 참관하고 운영 사례를 습득하기 위해”라고 썼으나, 정작 잼버리가 열린 찰스턴에 있던 기간은 이틀에 불과했다. 남은 기간은 뉴욕과 워싱턴DC에서 자유의 여신상·타임스퀘어 등을 방문했고, 출장 경비는 총 3294만원 들었다.

2023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 제41차 세계총회장 사전답사 및 유럽5개국 키맨 대상 맨투맨 홍보 보고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2023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 제41차 세계총회장 사전답사 및 유럽5개국 키맨 대상 맨투맨 홍보 보고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출장을 가놓곤 대외비라며 보고서를 올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전라북도 공무원, 한국스카우트연맹 관계자 등 5명은 2016년 12월 12일부터 12일간 벨기에·이탈리아·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체코 등 5개국을 ‘유치활동 목적’으로 떠났는데 “유럽에서 스카우트연맹 및 대사관과 면담하였으나 대외비 및 정보 보안 문제로 보고서 미등재”로 등록했다.

한편 이번 잼버리는 개막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시설 미비,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탈의실, 부실한 식사, 조직위의 안일한 운영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급기야 영국과 미국 대표단이 조기 퇴영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부와 기업, 민간 등이 나서서 지원과 인력을 늘리는 등 뒤늦게 수습하고 있으나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다.


황민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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