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A 근로자종합복지관(근로자복지관)은 ‘겉만 복지관’이다. 6층 건물(지하 1층·지상 6층) 중 3개 층(2·3·4층)은 사실상 B 노동조합 사무실로 쓰인다. 강원도에 있는 B 근로자 복지관도 2층 건물 전 층이 노조 사무실로만 운영된다. 정부의 근로자복지관 운영 지침에 크게 벗어난 것이다. 복지관 현장을 조사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보면 근로자복지관이라기보다 노조 사무실로 오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A 복지관처럼 건물이 노조 사무실로 채워지면 일반 근로자의 방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근로자복지관이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그동안 일부 근로자복지관은 노조 사무실처럼 쓰이는 등 정부의 관리 밖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고용부는 8일 노동복지회관 및 근로자종합복지관 운영지침을 개정하고 국비로 지원된 복지관 71곳의 운영현황을 공시한다고 밝혔다. 주요 지침 개정 방향을 보면 복지관의 업무범위가 구체화됐고 사무실과 임대시설 입주 가능 범위가 명시됐다.
이는 고용부의 근로자복지관 운영 실태조사 후속조치다. 고용부가 올해 초 71곳의 운영실태를 확인한 결과 33곳에서 운영지침 위반이 확인됐다. 입주가 제한된 산별 노조 사무실이 입주하거나 전체 면적 대비 사무 공간 비중이 과도한 경우였다. 임대수익만을 목적으로 한 시설이 입주된 사례도 있었다.
그동안 근로자복지관은 사실상 중앙정부의 관리사각 지대란 지적을 받았다. 지침은 가이드라인에 불과해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복지관은 자체 예산이나 별도 운영 규정인 조례로 관리된다. 중앙정부인 고용부가 이곳들에 대해 감독·제재 등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상당수 복지관이 당초 취지대로 여러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자리 잡지 못했다. 민간기업처럼 수익을 우선하지 않는 노조가 복지관을 운영하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복지관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고용부의 실태조사와 관련해 “고용부 지적 사례는 지침과 지방정부 운영 기준이 달라 발생한 것 같다”며 “복지관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상담·교육 등 공익사업 공간으로 개방해 운영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