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제공=경기도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혐의 등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사건 외의 문제로 인해 거듭 공전하고 있다. 재판진행과 관련해 분개한 변호인이 재판 중에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상황도 연출됐다. 재판이 한달내내 파행을 반복하자 검찰은 “재판 지연 의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8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정치자금법 위반 등 41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 당시 입회했던 법무법인 해광의 선임을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피고인의 의견과 다르게 변론을 한다”는 취지로 해광을 해임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재판에는 불출석 의견서를 낸 해광 대신 법무법인 덕수의 김태형 변호사가 출석했다. 김 변호사는 예정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전 부지사는 거절했다. 해광 측 변호인이 출석하면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검찰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을 ‘당신’으로 호칭하며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재판은 이 전 부지사와 김 변호사가 재판 진행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파행됐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기존 혐의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 논의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뇌물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이 쌍방울 측의 대북송금에 어떤 권한이 있는 것인지 검찰은 여전히 특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피고인도 (법무법인 해광)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변호인 조력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사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김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변호사 사임서와 함께 재판부 기피신청서와 증거의견서도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는 김 변호사가 제출한 재판부 기피신청서와 증거의견서에 대해 “모른다”는 의견을 밝혔다. 변호인이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재판부 기피신청서와 증거의견서를 제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재판부 기피신청은 효력이 없으며, 변호인 사임 또한 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일 사건과 관계없는 내용으로 재판이 파행됨에 따라 검찰은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8월 22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