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급감했던 젊은층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올들어 늘어난 가운데 직주 근접 단지가 많은 마곡, 구로 등에 이들의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호·행당·전농동 등 젊은층에서 접근 가능한 구축 아파트가 포진해 있는 성동구, 동대문구 등도 아파트 매수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이 높았다. 서울 집값이 저점을 찍었단 인식이 퍼지고 올들어 대출 여건이 완화된 상황에서 분양가가 뛰어 오르자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기존 아파트 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8일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연령대별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1만 7509건 가운데 2030세대의 매수는 6361건으로 36.3%를 차지했다. 이는 젊은층의 ‘영끌’ 매수가 한창이었던 2020년 하반기(40.2%), 2021년 상반기(41.4%)·하반기(42.0%)보단 낮은 비중이지만, 2020년 상반기(34.6%)와 2022년 상반기(35.9%)보단 높은 수치다. 특히 직전인 지난해 하반기(30.1%)에 비해선 6.2%포인트 급등했는데, 30대 이하 매수자는 1644명에서 6361명으로 약 4배 늘었다.
서울 내에서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면서 젊은층의 일자리가 풍부한 강서구(47.5%)와 구로구(44.0%) 등이 높은 비중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 마곡동 공인중개사 A씨는 “마곡 엠밸리 단지들은 입주 10년 이내인데다 IT·바이오 기업 등이 대거 입주한 마곡산업단지와 가까워 젊은 직장인들로부터 인기가 많다”며 “이들은 지난해만 해도 전세로 거주하면서 매수를 미루는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 초부터 매매 가격이 조금씩 오르자 급매를 중심으로 서둘러 구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구로구 구로동의 공인중개사 B씨는 "이 지역은 구로·가산 디지털단지가 가깝고, 구축의 경우 30평 대를 6~7억 원 선에 살 수 있어 30대들의 관심이 꾸준한 편”이라며 “올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상품이 나오자 매수 적기로 보고 사들인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성동구(48.8%), 동작구(42.9%), 동대문구(41.1%), 성북구(40.2%), 노원구(39.0%), 서대문구(38.7%) 등이 서울 평균보다 높은 2030세대 매수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도 집값이 끝없이 하락하던 지난해 ‘내집마련’을 미뤘던 젊은층이 최근 집값 반등과 함께 분양가도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자 기존 아파트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서울은 집값이 저점을 찍었단 인식이 강해지는 가운데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도 상당히 올라 기존 주택 매입으로 눈을 돌리는 203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분양가가 더 오르기 전 청약을 통해서 내집마련을 하려는 젊은층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청약 당첨자 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 2409명 중 30대 이하는 1439명으로 59.7%에 육박했다. 이 비중은 2020년 31.0%에 불과했지만, 2021년(33.3%)과 2022년(43.2%)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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