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국민은행 직원들, 무상증자 내부 정보로 127억 '돈잔치'

2년 4개월간 61개 상장사 대상 불공정거래 적발

동료·가족·지인에게도 정보 공유해 부당 이득 취득

금융당국, 檢 통보…대행업무 인가 취소 가능성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서울경제DB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서울경제DB




상장사의 무상증자 정보를 미리 확보해 127억 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득한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금융 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들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곧바로 검찰에 통보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9일 KB국민은행 증권 대행 업무 부서 소속 직원들에 대해 긴급조치(패스트트랙)를 거쳐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해당 부서 직원 상당수는 2021년 1월부터 올 해 4월까지 61개 상장 법인의 무상증자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자신들이 직접 주식을 거래했다.



이들은 본인과 가족 명의로 정보 공개 전 대상 종목 주식을 매수하고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총 66억 원의 이득을 취득했다. 이들은 또 해당 정보를 다른 부서 직원과 가족, 친지, 지인(회계사·세무사 포함) 등에게도 공유해 총 61억 원가량의 차익을 얻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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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증자는 기업이 자본금을 늘리면서 새 주식을 주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행위다. 주식 공급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권리락’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인식돼 주가에 단기 호재로 작용한다.

금융 당국은 올 초 무상증자 테마 급등주를 조사하면서 이번 KB국민은행 직원들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곧장 현장 조사와 디지털기기 포렌식을 실시해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현장 검사를 실시해 KB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했는지 여부를 살폈다. 당국은 검사 결과 고객사 미공개 정보 취득 최소화, 직원 간 불필요한 정보 전파 최소화,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 사전·사후 통제 등 증권 대행 부서에 관한 관리 의무 이행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KB국민은행의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로 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당국이 검찰로 넘긴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기소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국에 따르면 증권 대행·여신 등 계약 관계를 통해 주권 상장 법인의 내부 정보가 집중되는 금융 회사의 임직원은 자본시장법상 준(準)내부자로 분류된다. 직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주식 거래에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하게 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KB국민은행이 내부통제 소홀 등의 문제로 관련 업무 인가를 반납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에서 무상증자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3곳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 업무를 대행하는 은행 직원들이 일반 투자자들은 알 수 없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사례이자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중요 사건을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금감원과 공동 조사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금융회사 임직원이 연루된 사익 추구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KB국민은행에 대해 내부통제 부실 등 관련 책임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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