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세력을 키워 한반도에 가까워지면서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하고 바닷길이 끊기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카눈은 72년만에 한반도를 완전히 뚫고 지나가는 태풍이 될 전망이어서 전국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대통령실은 24시간 비상 체제에 돌입하고 중앙재해대책본부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출퇴근 시간 조정도 권고했다.
9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태풍특보가 발효된 제주공항에서는 이날 항공편 137편이 결항했거나 사전 결항을 결정했고, 33편은 지연 운항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이 멈추면서 제주 하늘길이 사실상 폐쇄됐다.
바닷길도 끊겼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은 전날 오후 8시부터 도내 항만에 대한 폐쇄 조치를 내리고 모든 여객선 운항을 전면 통제했다.
일본 규슈 서쪽 바다와 우리나라 남해를 지나는 동안 세력을 키우면서 강도 등급 ‘강’으로 제주와 남해안을 지난 카눈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겠다. 특히 태풍은 10일 오후 3시 청주 남동쪽 20㎞ 지점, 같은 날 오후 9시 서울 동쪽 30㎞ 지점을 지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일대를 강타할 예정이다. 이때 카눈의 강도 등급이 ‘중’으로 통상 이 정도 등급에서는 건물의 지붕이 날아갈 수 있고 차를 일반적인 속도로 운전하기 어려운 정도로 본다.
폭풍우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고,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원영동에는 10일 오전까지 시간당 60~80㎜, 최대 100㎜ 이상 쏟아질 때가 있겠다. 경상해안·경상서부내륙·전라동부내륙·전남남해안·제주에는 시간당 40~60㎜, 다른 지역에는 시간당 30㎜ 내외씩 비가 쏟아질 때가 있겠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카눈은 11일 새벽 보다 세력이 약해진 상태로 휴전선을 넘어 북한 평양 남동쪽 120㎞ 지점에 이르겠다.
기상청 예상대로라면 카눈은 1951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초유의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상청이 태풍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카눈처럼 남해안에 상륙해 지리산·덕유산·소백산맥을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넘어간 태풍은 한 번도 없었다.
역대급 태풍 경로와 위력에 대통령실은 이날부터 카눈에 대비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철야 근무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행정·공공기관 및 민간기업·단체에 출퇴근 시간 조정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