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56.6% "결혼할 생각 없다”…가부장제 거부감 등 원인
한국의 20~39세 미혼 청년 10명 중 4명은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일수록 비혼(非婚) 의사가 확고했는데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비율 역시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 넘었다. 자녀 교육·돌봄 등 실질적인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30대 여성의 16%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은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의 '2030세대 결혼·출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5~59세 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6개 그룹의 표적집단을 구성한 후 사전 심층면접을 통해 설문 문항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원의 조사 결과 미혼인 20~39세 응답자 중에서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43%다. 성별로는 남성 36.4%, 여성 50.2%로 여성의 비혼 의향이 높았다. 세대별로는 20대 남성이 33.2%, 여성은 46.1%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30대 남성의 비혼 응답률은 41.0%, 여성은 56.6%로 나타났다.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30대 여성의 비율은 16.3%로, 같은 연령대 남성 응답률(8.7%)의 2배 수준이다.
남성의 비혼 이유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42.6%)’, ‘결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40.8%)’ 순이었다. 자신의 경제적인 상황과 현실적인 조건을 비혼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여성은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46.3%)’, ‘다른 사람에게 맞춰 살고 싶지 않아서(34.9%)’를 비혼 이유로 꼽았다. 또 ‘가부장제와 양성불평등에 대한 거부감(34.4%)’이 남성(8.2%)보다 4배 이상 높아 ‘희생을 강요하는 삶’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과 반발심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안 낳겠다” 女 56.8% vs 男 38.5% 큰 격차…'경력단절'서 갈린 듯
출산 의향에서도 남녀의 견해는 엇갈렸다. 20~39세 미혼 응답자 중에서 '자녀를 낳을 의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47%다. 여성의 비출산 의향 응답 비율은 56.8%로 남성(38.5%)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혼 여성 중에서 '꼭 자녀를 낳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0대 4.7%, 20대 9.3%에 불과했다.
성별에 따른 ‘비출산 의향’의 격차는 18.3%포인트로 ‘비혼 의향’ 차이인 13.8%포인트보다 4.5%포인트 높아 출산에 대한 남녀 인식 차가 결혼보다 큰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유도 남녀 간의 차이가 보인다. 여성은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육아에 드는 개인적 시간·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서(49.7%)’, ‘자녀를 바르게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35.1%)’ 등을 답했다. 출산 행위 자체가 두렵다(25.1%)는 응답도 많았다.
반면 남성은 주로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43.6%)’,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1.5%)’ 순이었다.
저출생 현상을 야기하는 사회적 원인(이하 중복응답)으로는 남녀 모두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52.8%), '주거 불안정'(41.6%), '고용 불안정'(25.5%) 등을 언급했다. 출산 이후 직장 등에서 부당한 처우를 원인으로 인식한 비율은 여성(23.4%)과 남성(10.8%)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20~59세 자녀가 있는 기혼 응답자 중 여성의 74%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은 평균 6년 정도 경력단절을 겪은 탓에 경제활동이 단절되고 공백기가 재취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남성이 경력단절을 경험한 비율은 13%에 그쳤다.
직장 만족도 높은 집단 68.4%가 결혼에 긍정적
그렇지만 직장 만족도가 높은 20~39세 미혼 청년층은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남녀를 통틀어 현재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집단의 68.4%가 ‘결혼할 것이다’ 또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면 만족도가 낮은 집단의 긍정적 응답률은 46.3%에 그쳐 두 집단 사이 인식 차이가 22.1%포인트에 달했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여성에게서 뚜렷했다. 여성 가운데 현재 직장에 만족하는 집단은 결혼 의향이 66.3%, 출산 의향이 55.8%인 반면 불만족 집단은 37.1%와 32.6%에 불과했다.
남녀 모두에게 직장 만족도가 결혼과 출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고 특히 여성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직장 만족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연차의 자유로운 사용’(70.8%), ‘육아휴직 보장’(63.0%), ‘출산 후 복귀 직원에 대한 공정한 대우’(56.9%), ‘출산장려 분위기’(46.4%) 등이 높은 순위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결혼에 부정적 의사를 밝힌 20~39세 미혼 응답자 중 결혼의 문제가 해결되면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다. 비출산 원인이 해소될 경우 출산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4.5%에 달했다.
한미연은 “표면적으로 결혼·출산을 거부하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실제 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기보다 결혼·출산 이후 발생하는 여러 부정적 효과로 인해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한 집단으로 파악된다”면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업들이 청년들의 불안을 읽고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