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탄도의 샷은 초봄이나 겨울에만 써먹는 게 아니다. 태풍이 잦은 여름에도 날카롭게 날아가는 낮은 탄도의 샷은 비장의 무기가 된다. 바람을 뚫을 뿐 아니라 방향도 좌우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하다.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7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링크스 코스의 강한 바람을 이겨낸 낮은 탄도의 샷 덕분이었다. 매킬로이는 최종일 16번 홀까지 먼저 경기를 끝낸 로버트 매킨타이어에 1타 뒤져 있었지만 막판 17번(파3)과 18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1타 차 승리를 거뒀다.
192야드의 17번 홀에서는 5번 아이언 티샷을 홀 1.3m 거리에 붙였고, 마지막 18번 홀에서는 홀까지 208야드를 남기고 2번 아이언 세컨드 샷을 핀 3m 옆에 떨궜다. 특히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에 대해 매킬로이는 “내 커리어에서 최고의 샷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현장 중계진도 매킬로이의 이 샷이 낮게 깔리며 핀을 향해 날아가자 “총알 같은 타구다” “환상적이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최혜진과 김세영,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김민규 등을 지도하고 있는 이경훈 코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낮게 깔아 치는 샷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 포인트만 알면 쉽게 구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볼 위치와 허리의 움직임이다. 볼을 평소보다 약간 우측에 두고 허리를 타깃 방향으로 살짝 밀어주면서 치는 게 요령이다. 손목의 움직임은 억제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운블로 스윙이 나온다는 게 이경훈 코치의 설명이다. 볼을 우측에 둔 덕에 탄도는 낮지만 충분한 스핀이 발생해 볼이 그린에 떨어진 뒤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 17번 홀 티샷 사진처럼 낮은 탄도의 샷을 날릴 때 특징 중 하나가 스윙을 몸 앞에서 멈추는 것인데, 볼을 우측에 두고 허리를 타깃 방향으로 밀면서 휘두르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이런 동작이 나오게 된다.
낮은 탄도의 샷을 날릴 때 또 하나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맞바람을 마주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강한 샷을 날리겠다는 욕심에 몸에 힘이 들어가고 리듬이 빨라지게 된다. 그러면 뒤땅을 치는 등의 실수를 하게 된다. 볼 포지션과 임팩트에만 집중하면서 오히려 좀 더 여유 있게 친다고 생각하고 휘둘러야 실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