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에서 이틀 넘게 지속된 초대형 산불로 10일(현지 시간) 새벽까지 최소 36명이 숨지고 건물 270채 이상이 불탔으며 2000명 이상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례 없는 피해 규모가 예상되는 가운데 화마를 키운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허리케인이 지목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하와이에서 두 번째로 큰 마우이섬에서 8일 밤 동시다발적인 화재가 발생했다.남서부 키헤이, 북서부 라하이나, 중심부 업컨트리 지역 등 3곳에서 불이 난 가운데 특히 최대 관광 도시이자 주요 역사 유적지인 라하이나는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할 만큼 피해 수준이 심각하다.
실비아 루크 하와이 주지사 권한대행은 9일 밤까지 마우이 카운티에서 이미 수백 에이커(1에이커=4000㎡)가 불에 탔고 일부 지역은 학교와 도로가 폐쇄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불길이 번지며 기존 대피소가 폐쇄되고 주민들이 재차 대피하는 사태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현재 마우이의 주요 공항인 카훌루이 공항은 폐쇄됐고 항공편은 전부 취소됐다. 미국 정전 집계 사이트 파워아웃티지에 따르면 마우이섬에서 9일 기준 1만 2600 가구 이상이 정전을 겪기도 했다.
하와이에서는 계절성 화재가 매년 발생하지만 이처럼 ‘종말 수준’의 대규모 재해를 겪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산불이 건조한 초목과 강한 바람, 낮은 습도 등 여러 조건이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허리케인 '도라'가 9일 하와이를 덮쳐 전역에서 시속 130㎞에 달하는 강풍이 분 탓에 불길이 빠르게 확산되고 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도 하와이를 화재에 취약하게 만든 주범이다. NYT의 앞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하와이는 우기마다 비정상적인 수준의 폭우를 겪었다. 이는 하와이에 없던 ‘무성하고 불이 잘 붙는’ 성질의 잔디 품종을 자라나게 만들었다. 여기에 여름철 고온 건조한 폭염까지 겹친 결과 거대한 불쏘시개나 다름없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최근 하와이의 강수량이 줄고 허리케인이 강력해진 점 역시 화재 규모를 키웠다. 이에 조시 스탠브로 전 호놀룰루 최고재난복원책임자(CRO)는 NYT에 “화재 위험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화재는)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장기적 추세의 일부”라고 말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