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 3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비싼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는 갈수록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사용하는 데이터 양에 맞춰 적정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합리적 통신 소비가 확산하면서 객단가(ARPU) 감소로 인해 이동통신 3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수는 사물인터넷(IoT) 등 기타 단말을 제외한 스마트폰 회선 수를 기준으로 약 925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 한달 간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이 발생시킨 트래픽 총량(약 4억 4313만 GB)을 가입자당 트래픽(약 48GB)으로 나눈 추정치다. 무제한 요금제는 통신 3사가 월 8만 원 이상의 요금으로 데이터를 제한 없이 제공하는 고가요금제다.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1077만 명으로 2018년 집계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 1071만 명과 비교하면 100만 명 이상(13.6%)이 무제한 요금제를 해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무제한과 중저가를 모두 포함한 5G 전체 요금제 가입자 수가 24%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이로 인해 5G 전체 요금제 중 무제한 가입자의 비중은 1년 만에 46%에서 32%로 14%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4분기 5G 가입자 10명 중 7명(72.3%)이 썼던 무제한 요금제는 이제 3명 정도만 쓸 정도로 인기가 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중간요금제의 확대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MVNO) 업체들이 무제한 요금제를 도매로 제공받아 경쟁 상품을 선보이고, 이에 맞서 통신 3사가 데이터 혜택을 늘리거나 요금을 할인하는 청년·시니어(노인) 전용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기존 고가요금제의 수요 감소는 불가피해졌다는 게 통신업계의 시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5G 요금제가 어느 정도 널리 보급되면서 소비자들도 스스로의 이용 습관에 맞는 적정 요금제를 찾아가고 있다”면서 “고가요금제는 단말기 할인과 결합해 선택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자급제 모델과 유심 요금제를 자유롭게 결합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중저가 요금제 선호 경향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에 통신 3사가 신규 출시한 중간요금제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데다 앞으로 가입자의 이용 습관에 맞는 요금제를 연 2회 의무적으로 최적요금제를 고지하게 될 경우 당분간 고가요금제 가입자 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3사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3.7% 성장하면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통신 3사 무선 사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졌다. 이미 이같은 중저가 요금제 선호와 사물인터넷(IoT) 회선 비중의 증가가 맞물리면서 3사의 ARPU는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각 사가 발표한 2분기 ARPU는 SK텔레콤이 2만 992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줄었고, LG유플러스도 2만 8304원으로 같은 기간 4.5% 감소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만 원선이 무너졌다.
그동안 ARPU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3사가 기존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 가입자를 더 비싼 5G 요금제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을 지켜왔지만 5G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함에 따라 향후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5G 순증 가입자 감소와 더불어 통신 3사 모두 이동전화 매출액 성장률 둔화가 뚜렷하다”며 “장기적인 이익 성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장 올해 이익 성장을 확신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