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시대에 전투 시 병사들에게 지급된 개인 방호 장비 중 하나가 헬멧(bulletproof helmet)이다. 기원전 23세기에 아카드인과 수메르인, 기원전 17세기에는 미케네 그리스인, 기원전 900년경에는 아시리아인, 그리고 중세 시대에는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까지 많은 전투원들이 착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헬멧의 재료는 무기가 점점 더 강력해짐에 따라 더욱 발전했는데, 처음에는 가죽과 놋쇠로 만들어졌다. 청동과 철기 시대에는 청동과 철로 만들었고, 서기 950년 이후에는 강철로 제작됐다.1670년 이후로 헬멧의 군사적 사용은 감소하고 소총의 사용은 1700년 이후 보병들에 의해 중단됐다. 하지만 나폴레옹 시대에 기병을 위해 장식된 기병 헬멧이 재도입돼, 1915년 후반까지 프랑스군에 의해 계속 사용됐다. 제1차 세계 대전과 대포의 사용 증가로 강철 헬멧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었고, 프랑스의 아드리안 헬멧과 영국의 브로디 헬멧이 전장에서 채택되면서 최초의 현대식 강철 헬멧의 시발점이 됐다.
헬멧과 함께 병사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보호 장비가 방탄복이다.방탄복(Bulletproof Vest)은 탄환 및 포탄 파편에 의한 부상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의류다. 보통 방탄복은 군인을 비롯해경찰, 사설 경호원들이 주로 착용한다. 때때로 범죄자와 테러리즘들도 사용하기도 한다.방탄이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방탄복은 소구경의 권총탄, 산탄총 탄환(발사체), 수류탄과 같은 폭발물의 파편에 대해서만 방어력이 있다. 아직은 소총탄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 소총탄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은 방탄복 내부에 삽입하는 플레이트 덕분이다.
이처럼 군인을 보호하는 방탄장비는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군수물자다. 한국군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방탄헬멧과 방탄복을 사용한다. 장병 목숨과 안전이 직결된 군수품이라 납품하기 위해서 요구성능(ROC)에 적합하지 못하면 도입하지도 않는다. 관리 기준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그런 최근 석 달 사이에 감사원 감사에서 장병에서 지급한 방탄헬멧과 방탄복이 성능 미달은 물론 사용연한이 지난 장비를 여전히 지급돼 군의 군수품에 관리에 총체적 분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군 지휘부가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의 장병의 생명과 안전에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 ‘방탄헬멧’ 수십억 원치를 계약하면서 허위 품질결과서를 작성하는 등 군의 방탄 물자 부실 관리 실태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사원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방탄물품 획득사업 추진실태’ 점검 결과를 지난 8월 8일 발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에서 성능미달 방탄복 5만벌이 군에 보급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온 지 석 달 만에 또 다시 군수품 관리부실 실태가 적발된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말에 진행된 육군 경량방탄헬멧 구매 과정에서 선검사 요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허위 검사보고서가 제출돼 육군군수사령부 소속 군무원 A과장(서기관)의 정직 징계를 요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육군본부가 2021년 12월 경량방탄헬멧이 선납품·후검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해 예산을 쓰지 못할까봐 방위사업청에 선납품·후검사를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2021년 내에 납품이 되지 않으면 관련 예산 44억원이 모두 불용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예산이 불용액 처리되는 것을 우려한 담당자의 부적절한 조치인 것이다.
촉박한 기한 내에 계약을 체결하니 납품 뒤 헬멧 부자재 불량품 수천 개가 속출했다. 방탄 헬멧 전량이 육군에 납품된 건 2021년 12월이었지만, 불량 문제로 실제 산하 부대 보급된 건 이듬해 10월이었다.
특히 선납품을 받은 것도 규정 위반이었지만 ‘후검사’는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육군군수사령부 소속 과장 A씨는 경량방탄헬멧에 위장포 탈부착을 위해 붙어 있는 벨크로(찍찍이)를 제거한 뒤에 방탄성능 시험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무시하고 벨크로를 붙인 채 시험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능 시험을 실시한 미국 방탄성능 시험기관(NTS)은 헬멧 외부 벨크로 때문에 함몰 깊이를 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재시험 등 대책을 찾지 않고 상급자에게 '모든 성능 항목이 충족된다'고 보고하고 완제품 검사 결과서까지 허위로 작성해 '적합'으로 판정, 육군본부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납품·후검사는 국가재난이나 해외파병 지원 등 긴급 소요일 경우에만 진행된다.
지급되는 방탄복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각 군 특성을 고려해 일반 장병에게는 방탄복 Ⅰ형을, 대테러 등 특수임무 수행 장병에게는 방탄복 Ⅲ형을, 함정 근무 장병에게는 부력 방탄복을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해군과 해병대원에게는 일반 장병과 같은 방탄복 Ⅰ형이 주어지는데, 이 방탄복은 담수 방수 기능만 있고 해수에 젖었을 때 성능이 낮아지지 않는지 시험하는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에 해군·해병대에 보급된 방탄복 Ⅰ형을 미군의 방탄복 구매요구서에 따라 해수처리하고 성능을 점검한 결과 저항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작전 중인 장병의 안전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함정 근무 장병에게 주어지는 부력방탄복의 파편탄 방호 기준이 2001년 설정된 초속 470m에 머물러 있다며 요구 성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탄복 Ⅰ형은 2011년에 파편탄 방호 기준이 초속 470m에서 초속 560m로 강화됐다.
감사원은 “국방부는 방탄물자 소재나 군 운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달청이 일반물자에 적용하는 내용 연수(耐用 年數) 고시만 반영해 방탄물자의 내용 연수를 9∼15년으로 설정했다”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특히 노후 방탄물자를 무작위로 회수해 확인한 결과 보급된 지 20년 지난 용품이 실제 작전에 활용되는 등 방탄성능이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사용연한이 지나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방탄복이 작전 현장에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방위사업청이 100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성능 미달 방탄복 5만여벌을 구매 계약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장병 복무 여건 개선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21년 12월 군수업체 A사로부터 방탄복 총 5만6천280벌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총 107억7천800만원 규모의 계약이었다.
감사원은 A사가 사격 시험 시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특정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대는 방식으로 방탄 성능을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A사는 해당 방탄복을 총 50겹의 방탄 소재로 제작했다. 그러나 후면 변형을 측정하는 상단과 하단 좌·우측에만 방탄 소재를 56겹으로 박음질했다.
방탄 성능이 고루 적용되지 않는, 시험 통과를 위한 방탄복을 제작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방탄복 안쪽에서 발생하는 변형량이 후면 변형량이다. 총탄에 맞을 경우 장 파열 등 장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성능을 시험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후면 변형량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면 사망 확률도 증가하게 된다.
품질 보증 업무를 하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방탄 소재를 덧댄 사실을 인지하고도 A사가 방탄복을 제작하도록 승인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국기연이 '덧댄 방탄복'을 시험기관에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험기관은 규정대로 덧댄 부분에 사격해 방탄 성능 기준이 충족됐다고 판정했다.
또 국기연은 제작 승인 3개월 뒤에 A사가 성능을 조작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중앙 부위를 제외하고 덧댄 부위의 경계 등으로 사격 위치를 조정해 방탄 성능을 충족하는 것으로 재판정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 덧대지 않은 부분까지 별도로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일부 방탄복이 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석 달 전에도 감사원 감사에서 뚫리는 방탄복이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이 5월 18일 공개한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21년 12월 군수업체 A사로부터 방탄복 총 5만6천280벌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총 107억7800만원 규모의 계약이었다. 감사원은 A사가 사격 시험 시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특정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대는 방식으로 방탄 성능을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A사는 해당 방탄복을 총 50겹의 방탄 소재로 제작했다. 그러나 후면 변형을 측정하는 상단과 하단 좌·우측에만 방탄 소재를 56겹으로 박음질했다.방탄 성능이 고루 적용되지 않는, 시험 통과를 위한 방탄복을 제작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에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성능미달 방탄복은 대체 납품 등 조치를 하고, A사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방탄복 안쪽에서 발생하는 변형량이 후면 변형량이다. 총탄에 맞을 경우 장 파열 등 장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성능을 시험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후면 변형량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면 사망 확률도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품질 보증 업무를 하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방탄 소재를 덧댄 사실을 인지하고도 A사가 방탄복을 제작하도록 승인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국기연이 ‘덧댄 방탄복'을 시험기관에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험기관은 규정대로 덧댄 부분에 사격해 방탄 성능 기준이 충족됐다고 판정했다. 또 국기연은 제작 승인 3개월 뒤에 A사가 성능을 조작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중앙 부위를 제외하고 덧댄 부위의 경계 등으로 사격 위치를 조정해 방탄 성능을 충족하는 것으로 재판정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심지어 감사원은 감사 기간 덧대지 않은 부분까지 별도로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일부 방탄복이 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성능미달 방탄복은 대체 납품 등 조치를 하고, A사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국기연 소장에게는 “방탄 성능이 미달하는 방탄복을 품질 보증하는 등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에 대해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 자원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 최근 50만명 대군도 유지하지 못하고 10년 후에는 40만명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 전쟁이 아무리 최첨단 장비가 활용되더라고, 현장에는 병사들이 있어야 한다. 장병 하나하나가 소중한 이유다. 강력한 방탄장비를 지급해 병사들이 전투에서 생존할 확률을 높여야 이유기도 하다. 이처럼 군의 군수품 관리 부실로 장병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행태다 알려진다면 누가 군대에 가려고 하겠나. 첨단무기 도입 못지 않게 장병과 관련한 군수품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이런 행태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우리 군이 강군으로 자리 매김하기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