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허덕이는 중국 경제에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 비구이위안의 회사채가 주말이 지난 14일부터 무더기로 거래 정지될 예정이며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다른 민간 부동산 업체의 ‘도미노 디폴트’ 위기도 커지는 형국이다. 중국 당국의 부동산 경기 부양 노력에도 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해외 투자까지 급감하며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는 비구이위안의 ‘16텅위에02’ ‘19비디03’ 등 11개 회사채를 14일 개장 때부터 거래 정지한다고 밝혔다. 거래 재개 시기는 미정으로 알려졌다. 비구이위안은 채권 지급 약정 문제에 대한 채권자 회의 소집 의사를 상하이·선전거래소에 밝히면서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현지 언론들은 비구이위안이 발행했던 사모채권도 거래가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약 296억 원)를 갚지 못했다.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벌었지만 기한 내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진다.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1조 4000억 위안(약 255조 원)에 달한다.
문제는 비구이위안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라 작은 충격에도 연쇄 도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주요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채무상환 능력은 비구이위안보다 한참 떨어진다. 현금 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말 기준 93%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50% 미만이다. 위안양(시노오션)은 현금흐름보상비율이 12%로 2일 돌아온 20억 위안(약 3650억 원) 규모의 채권을 갚지 못했다. 크리스티 헝 BI 선임애널리스트는 야쥐러(애자일)와 신청(시젠)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이 각각 33%, 63%라며 채무상환 능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다롄완다상업관리집단이 디폴트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신탁회사 중롱인터내셔널의 투자 상품에 총 6000만 위안을 넣었던 두 곳의 투자사가 상품 만기가 돌아왔음에도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중롱인터내셔널 대주주인 부동산 개발 업자 중지는 자산 규모 1조 위안의 대형 업체로 이번 지급 연기가 중지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와중에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2분기(4~6월) 신규 FDI는 전년동기대비 87% 감소한 49억 달러(약 6조 4000억 원)로 집계됐다. FDI는 지난해 2분기 상하이 봉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한 뒤 올해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음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로 불신과 불안감이 쌓인데다 반간첩법 개정 등으로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에 의구심이 생긴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중 간 갈등 고조로 중국에 대한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반도체 등 산업 분야에서의 공급망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지만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할 경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13일 관영 신화통신은 국무원이 최근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외자 기업에 중국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과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지식재산(IP) 보호 수준을 높여 외자기업의 투자 권익을 지키고, 외자기업 내 외국인 직원의 중국 거주 정책을 간소화하는 방향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