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광복군’…‘마지막 재일 독립유공자’ 오성규 지사 영주 귀국

“감사합니다. 감개무량 해서 말이 안 나옵니다. 정말로 너무 감사합니다…”

일본 내 유일한 생존 독립유공자이자 광복군인 오성규(100·건국훈장 애족장) 지사가 13일 김포공항을 통해 고국으로 영주를 위해 귀국하며 이 같이 첫 소감을 밝혔다. 입국장은 오 지사를 위해 몰려든 환영인파로 일찌감치 북새통을 뤘다. 오 지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린이들에게 꽃다발을 전달 받은 오 지사도 가슴이 벅차 올랐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오 지사는 중국 만주 봉천 소재 동광중학을 중심으로 이영순, 조승회 등과 비밀조직망을 만들어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일제에 조직망이 노출되자 동지들과 함께 만주를 탈출해 안휘성 부양의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했다. 그는 이후 한미합작특수훈련(O.S.S 훈련)을 받고 독립을 위한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8월 15일 광복을 맞았다. 그러나 귀국하지 못한 채 일본에서 거주했다. 그러다가 약 70년 만에 영주하러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일본에서 오 지사의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구 귀국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오지사는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서 죽을 수는 없죠. 자기 나라에 와서 죽여야죠”.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에는 고국 땅을 다시 밟은 감격에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 지사는 2018년 배우자의 사망 이후 아파트에 홀로 거주해 왔다. 생의 마지막은 고국인 대한민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부가 이 소식을 접한 이후 박민식 장관이 직접 일본 도쿄로 가서 오 지사를 모셔오기에 이른 것이다.

오 지사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 이외에는 100세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과거 기억을 기억할 때는 목소리도 커졌다. “북경(베이징)에 있다가 연락을 듣고 광복군에 들어가기 위해 중경(충칭)까지 걸어갔다”며 “20일가량 걸어서 갔는데 짚신이 터져 발에 피가 났다”고 회상했다. 오 지사는 환국(還國) 환영 행사가 끝나고 공항을 나가는 출구 앞에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적힌 어린 소녀들이 만든 환영 피켓을 받고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기뻐했고, 특히 오 지사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건넬 때는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오 지사가 탄 기내에서는 도착 직전 환국을 환영하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입국장에서는 국방부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태극기에 경례했다. 아이돌그룹 블락비 출신으로서 해병대 의장대에서 복무 중인 표지훈 병장이 대한민국 군인을 대표해 꽃다발을 전달하며 오 지사를 환영한다. 한국어린이역사합창단은 오 지사가 광복군 대원으로 활동할 당시 부른 ‘한국광복군 제3지대가’를 합창했다.

오 지사가 국내로 영주 귀국하면서 국내 거주 독립유공자는 8명으로 늘었다.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는 미국의 이하전(건국훈장 애족장) 지사만 남게 된다. 김포=이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