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환율 급등에도 달러예금 썰물…"지금이 고점" 판단 차익실현

4대 은행 38억 5000만弗 급감

환율 추가 상승 확실하지 않고

달러 예금금리 하락 영향준 듯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50원 가까이 솟구쳤다. 하지만 시중은행 달러 예금 잔액은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했다.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달러 예금 금리가 소폭 하락하면서 이달 들어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예금주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이달 11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35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이들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573억 9000만 달러였지만 불과 열흘 사이에 38억 5000만 달러(약 5조 원·1달러=1300원 기준) 급감한 셈이다. 달러 예금은 올해 들어 4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518억 4000만 달러)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달에 환율이 하락세를 나타내자 전달 대비 46억 8000만 달러나 급증했다.





달러 예금이 급감한 것은 이달 들어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달 1일 1달러당 1273.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14일에는 1321.1원에 마감되면서 2주 사이 47.3원(3.71%)이나 올랐다. 지난달 중순 1260원대까지 환율이 하락하자 유입된 자금이라면 불과 한 달 사이에 5%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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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환율이 급등하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달러 예금주들이 서둘러 환차익에 나서게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환율은 대개 금리나 수출입 등 거시경제 변수에 영향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는 경제 상황의 변화보다는 시장 심리와 수급에 기댄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세 상승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역시 다음 달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도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달 중 1300원대에서 환율이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안전자산 선호가 확대된다면 1345원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예금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예금 잔액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4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거주자 기준 달러 예금 금리는 11일 기준 5.11~5.21% 수준이다. 올 4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달러 예금 금리는 지난달 말 5.24~5.30%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형성한 뒤 이달 하향세로 돌아섰다. 달러 예금이 이자보다는 환차익에 무게를 둔 상품이기는 하지만 금리는 변동성이 큰 환율에 대한 일종의 위험 회피 수단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달러 예금의 금리 하락은 투자자들에게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8월이 해외 유학비 송금 등 전통적으로 달러 수요가 많은 시기인 것도 달러 예금 잔액 감소의 한 유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이를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환테크족’도 보다 적극적이고 스마트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달러 예금은 일정 기간 예치를 하지 않으면 약정된 금리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데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 이자는 포기하고 과감하게 예금을 해지해서 환차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올 들어 4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2·4·6·8월에는 줄고 3·5·7월에는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치 기간이 한두 달밖에 되지 않아도 기대했던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금을 빼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단순히 쌀 때 달러를 사서 묵혀두겠다는 전통적인 환테크족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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