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초전도체주 광풍이 다시 몰아치면서 관련주들이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투자 경고를 날리고 상온 초전도체 ‘LK-99’ 관련 논문과 관련한 진위 공방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몇몇 업체의 경우 초전도체 관련 사업과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기도해 향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초전도체 테마주로 알려진 관련주들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관련주는 신성델타테크(065350), 덕성(004830), 파워로직스(047310), 모비스(250060), 서남(294630), LS전산아시아 등이다. 해당 종목들은 장 초반부터 20% 이상 상승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일제히 상한가에 진입했다.
초전도체란 특정 온도 이하에서 모든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물질로 초고속 컴퓨터, 자기 부상 열차, 에너지 손실 없는 전력선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꿈의 물질'로 불린다. 그동안 극저온 상태에서만 구현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국내에서 초전도체를 섭씨 30도에서 구현했다고 밝히면서, 초전도체를 냉각장치 없이 상온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신성델타테크의 경우 한국거래소가 지난 14일 '투자 경고 및 위험' 사유로 매매거래정지 종목에 지정하기도 했다. 신델타테크는 거래가 재개되마자 곧바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2004년 코스닥에 상장된 이후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날 종가 5만 2000원 기준 시총은 1조 4292억 원이다. 지난달 말 주가 1만 50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보름 이 3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덕성 역시 초전도체 광풍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신고가 행진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000~4000원을 오가던 주가를 형성해 왔는데, 이날 약 3배 이상 뛴 1만 32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덕성은 2000년대 초반 초전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파워로직스, 모비스, 서남, LS전선아시아(229640)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파워로직스는 지난달 31일 8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이날 종가는 2배 이상 증가한 1만 71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기간 모비스와 서남, LS전선아시아도 주가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투자 광풍과는 별개로 학계에서는 LK-99에 대한 진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등은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낸 바 있다.
또 해당 업체들이 실제 초전도체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조회공시에 대해 각 업체는 모두 초전도체와 자사의 주요 사업이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 서남은 "시황변동과 관련하여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덕성과 LS전선아시아는 "초전도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