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길거리 패션, 일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높은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층을 주축으로 ‘대세’로 자리 잡은 일부 해외 브랜드의 경우 국내 첫 점포 오픈이 화제를 모으며 정식 개점 며칠 전부터 매장 앞 대기 텐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은 오는 19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에 한국 첫 매장을 선보이고 오픈 시점에 맞춰 국내 시장 한정 아이템을 출시할 예정이다.
슈프림은 ‘소량 생산·판매’ 방식을 고수해 마니아층이 두텁다. 희소성으로 ‘리셀(재판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보니 정식 개점을 한참 앞둔 지난 16일부터 매장 앞에는 텐트를 치고 줄을 선 사람들이 등장했다. 오픈 당일 일찍 방문하는 ‘오픈런’으로는 원하는 상품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판단에 나흘 전부터 긴 기다림에 들어간 것이다.
로스엔젤레스(LA) 기반의 ‘스투시’ 역시 도산대로에 공식 매장 ‘스투시 서울 챕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에는 새로운 라인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사기 위한 오픈런이 벌어진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 역시 압구정, 홍대, 제주 3개 지점에서 새로운 라인이 등장할 때마다 긴 대기 줄이 형성된다.
이들 브랜드들은 주로 대중성보다는 희소성을 내세워 팬층을 공략한다. 이름은 ‘길거리 패션’이지만, 그 가치만은 여느 명품 못지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덤을 형성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에 백화점들도 관련 팝업 스토어를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은 강남점 본관 8층에 스트리트 패션 중심의 영패션 전문관 입점을 위해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이 공간은 1000평 규모로 ‘K 패션’ 위주의 브랜드로 채워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떠그클럽, 언더마이카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 결과 3일 만에 2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국내 패션업계도 속속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한섬(020000)은 피어오브갓과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키스와 독점 유통계약을 맺고 내년 봄 론칭할 예정이다. 삼성물산(028260)은 지난해 10월 샌드사운드에 이어 준지를 출시했고, LF(093050)는 던스트, 캠브리지, 티피코시 등을 운영 중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며 리셀가격이 최소 2배 이상 비싸게 거래된다”며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의 소비력이 확대되며 당분간 그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