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웹젠(069080)이 엔씨소프트(036570)(NC)의 모바일 다중접속 임무수행 게임(MMORPG) '리니지M'을 모방해 'R2M’을 개발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저작권 침해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게임 업계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양사는 법적 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김세용 부장판사)는 18일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10억원을 지급하라"며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과 광고의 복제·배포·전송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엔씨 측이 입은 손해는 이번 소송에서 청구한 10억원을 초과하는 게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6월 웹젠에 대해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게임의 고유한 시스템이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변론기일에서 엔씨소프트는 웹젠이 '리니지M'의 구성 요소와 구성 요소 간의 밸런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을 표절해 'R2M'에 거의 동일하게 구현했다며 "두 게임을 보면 버전만 다른 동일한 게임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R2M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면 보너스 보상을 주는 시스템인 '유피테르의 계약'이 리니지M의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을 표절했고, 무게·강화·아이템 컬렉션 시스템 등도 리니지M에서 그대로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웹젠은 "모바일 MMORPG는 UI 형태가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고, 게임의 규칙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며 FPS(일인칭 슈팅)·MOBA(다중 사용자 전투) 장르 게임도 시스템 면에서 서로 유사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다고 맞섰다. 웹젠은 '리니지M'의 원작이 된 '리니지'가 1987년 작 고전 역할수행게임(RPG) '넷핵'(Nethack)의 각종 요소를 그대로 가져왔다고도 주장하며 다른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하는 것은 게임 업계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엔씨소프트 측의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존재하던 게임 규칙을 변형하거나 차용한 것으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거나 설령 독창성·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웹젠이 'R2M' 개발 과정에서 '리니지M'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해 모방했고, 엔씨소프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웹젠은 엔씨소프트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차용해 모방했고, 이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무단 사용"이라며 엔씨소프트 측이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엔씨의 손을 들어줬다.
양사는 법정 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엔씨는 앞으로도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와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1심의 청구 금액은 일부로, 항소심을 통해 청구 범위를 확장하겠다"고 전했다.
웹젠은 "1심에서 주된 쟁점인 엔씨소프트 측의 저작권침해 주장은 기각됐으나,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다고 판결한 점에 대해 다툴 예정"이라며 이날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광엽 웹젠 게임사업본부장은 R2M 공식 홈페이지에 “법원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자사의 입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R2M의 게임 서비스가 실제로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법적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항소심의 법원 판단이 마무리될 때까지 R2M의 서비스가 멈추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이 저작권 침해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는 게임 업계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4월 카카오게임즈(293490)와 개발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리니지M'의 후속작인 '리니지M2'(2019년 출시)를 표절했다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는 "다수의 언론 보도와 게임 이용자, 게임 인플루언서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사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를 거쳐 NC의 IP 보호를 위한 소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를 형사 고소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설립자 최모 씨 등이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퇴사하면서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미출시 게임 '프로젝트 P3' 데이터를 무단으로 유출했다고 주장한다. 넥슨은 법원에 '다크 앤 다커' 서비스를 막아 달라는 취지의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태다. 아이언메이스는 유출된 P3 에셋을 게임 제작에 사용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게임 업계는 수년 전에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2016년 엔씨소프트는 넷마블(251270)의 자회사인 이츠게임즈의 ‘아덴’이 ‘리니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했지만 이후 양사는 합의했다. 같은 해 NHN(181710)도 카카오게임즈의 ‘프렌즈팝콘 포 카카오’가 자사의 ’프렌즈팝’을 모방했다며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합의를 통해 분쟁을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