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세 A씨는 서울에 아파트를 2채 보유한 ‘다주택자’다. A씨는 2주택을 계속 보유하자니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이 걱정되고, 막상 1채를 팔려고 하니 양도소득세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던 중 A씨는 지인과의 모임에서 “나는 양도소득세를 내느니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이에 A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인 3년 차에 들어선 아들에게 증여를 할 지 고민하게 됐다.
A씨와 같은 다주택자들은 “가진 주택을 처분하려 하는데 매매와 증여 중 어느 것이 세금이 적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답을 내리기 위해선 “처분하려는 주택 외 생활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나요?”라고 고객의 자금 현황을 물어야 한다. 해당 주택의 매각 자금이 노후 설계 자금이라면 증여에 대한 컨설팅은 생각할 수 없고 매각을 전제로 상담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노후생활을 위한 연금소득 등 충분한 자금이 있다는 가정 하에 주택 증여의 장점을 알아보자.
A씨가 처분하고자 하는 아파트 시세는 대략 10억 원이고, 이 아파트는 15년 전에 3억 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A씨가 매매 또는 증여로 처분 시 고려해야 할 세금은 양도소득세 또는 증여세다.
위 세액을 보면 매매로 처분 시 1억 8700만 원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증여로 처분을 하면 아들은 취득세를 포함해 2억 6500만 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다수는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내야 할 세금이 더 많으므로 우선 매각하고 나중에 남은 자금을 증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증여세는 연부연납을 이용해 5년간 상환함으로서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최초 증여세 납부금액(증여세의 6분의 1)과 취득세는 자녀가 부담해야 한다. 다만 자녀에게 당장 납부할 자금이 없다면 증여 받은 아파트를 활용해 담보대출 등으로 세금을 해결할 수 있다.
한편 A씨가 아들에게 증여한 아파트가 2년 후 12억 원으로 시세가 오르면, 그때 아들은 아파트를 시세 12억 원에 매도해 다른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다. 아들이 매각 시점에 별도 세대를 구성할 경우 1세대 1주택 상황에서 12억 원 이하 주택을 매각했으므로 양도소득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들은 12억 원 중 증여세 등 세금 2억 6500억 원과 기타 부대 비용을 제외한 9억 원 가량의 자금을 가용할 수 있다.
반대로 A씨가 2년 전 아파트를 증여하는 대신 아파트 매각 후 자녀에게 현금 9억 원을 증여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A씨 가족은 주택 처분 시 세금 1억 8700만 원뿐만 아니라 9억 원 증여에 대한 증여세 1억 9500만 원까지 총 3억 8200만 원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또, 9억 원을 증여했더라도 아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금전은 증여세를 제외한 7억 원 가량으로, 아파트 증여 시보다 가용 자금이 줄게 된다.
만약 A씨가 아들에게 9억 원의 가용 자금을 만들어주기 위해선 12억 원 가량의 자금을 증여해야 한다. 이 경우 증여세는 3억 2000만 원으로 불어나며, A씨 가족은 약 5억 원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최근 부동산 가격에 대한 예측을 보면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렇다면 현재 증여한 주택의 가치는 향후 더 높아 질 가능성이 높으며 그 차익은 세금 없이 자녀가 누리게 된다.
또, 지난해 말 용산·서초·강남·송파 등 서울 4개 구를 제외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돼 증여 받은 자녀가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 2년 이상 보유 후 별도 세대 상태에서 매매하더라도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어 양도소득세가 없거나 대폭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여건만 허용된다면 보유 주택을 매각해 잔여 자금으로 증여하는 것보다 주택을 직접 증여하는 것이 효율적인 절세 방안이 될 수 있다. 향후 가치상승이 기대되는 물건인 경우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따라서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주택 처분을 고려할 시기가 되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종합적인 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창언 NH농협은행 AII100자문센터 세무전문위원
※‘NH AII100자문센터’는 세무사, 부동산전문가, 금융(재무설계)전문가 등 자산관리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종합금융상담·세무상담·부동산 상담·은퇴설계 등 전국의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1:1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