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인허가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완료하면서 향후 구속영장 청구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이 대표를 한 차례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두 사건을 묶어 이 대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이르면 내달 초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8말 소환·9초 청구’다.
◇13시간 조사…李 “꿰맞추기 수사”=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18일 0시 1분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객관적 사실에 의하면 전혀 문제가 될수 없는 사안인데, (검찰이) 목표를 정해놓고 사실과 사건을 꿰맞춰 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며 “용도 변경을 조건으로 땅을 팔았으면서 용도 변경 전 가격으로 계약한 한국식품연구원이나 이를 승인한 국토부가 진짜 배임죄란 얘기를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건 성남FC 후원금·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에 이은 4번째다.
백현동 인허가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 대표 소환 조사에 대비, 3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특히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공영개발 방침을 뒤집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한 경위나 사적 이익을 취득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대표는 30쪽 짜라 진술서로 답변을 대부분 갈음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이자 국토교통부의 요구였다’, ‘실무부서 감정 결과에 다른 건의를 수용했다’는 등 내용이 담겼다. 부지 용도 변경 등은 성남시의 독자적인 결정이 아니고, 민간업자에 대한 특혜 제공도 아니라 배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음 소환은 ‘쌍방울 불법대북송금 의혹’=검찰이 백현동 인허가 특혜 의혹에 대한 이 대표 추가 소환 조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연히 시선은 쌍방울 불법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로 옮겨지고 있다. 검찰은 두 의혹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만큼 쌍방울 불법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이 대표 소환 조사는 예정된 수순일 수 있다. 거론되고 있는 시기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열리는 22일 이후다. 이 전 부지사는 수사가 시작되고 줄곧 본인 혐의에 대해 부인해왔다. 하지만 앞선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으며,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한 셈이지만, 앞선 두 차례 재판이 공전하면서 실제 그의 법정 진술을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될 경우, 이는 ‘이 대표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 대표의 5번째 검찰 출석이 이달 말께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9월 청구 때는, 李 체포동의안 국회 상정=수원지검 형사6부가 이달 말께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할 경우, 자연히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기는 내달 초로 늦춰진다. 소환 조사를 완료하더라도, 조서 분석 등을 거쳐 구속영장을 작성하는 데 짧게는 5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에 대한 1차 구속영장도 마지막 소환 조사가 이뤄진 지난 2월 10일 이후 엿새만에 청구된 바 있다. 정기국회 문이 열리는 내달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국회로선 체포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과 상관없이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지면서, ‘방탄 논란’만 재차 불거질 수 있다. 반면 임시국회 중인 이달 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민주당은 여당과 협의해 이른바 ‘회기 쪼개기’에 나설 수 있다. 해당 기간만 국회 문을 닫아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이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를 받게 할 수 있으나 여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 대표가 17일 검찰 출석에 앞서 검찰을 겨냥해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를 포기하라”고 강조한 점도 이를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