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소맥, 떡볶이, 짜파구리 다 있습니다.”
어느 주점에서 파는 음식 이야기가 아니다. 이름 대면 알 법한 국내 대형 호텔들의 메뉴 판이 달라지고 있다. 평소 먹기 힘든 국내외 고급 요리 중심에서 한국 대표 야식 치맥(치킨+맥주), 추억의 간식 달고나, 제조법 다양한 폭탄주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음식’들이 잇따라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K콘텐츠를 통해 ‘K푸드’에 호기심을 느낀 외국인 관광객 투숙객들의 문의가 많아지자 체험 가능한 식당, 장소 정보를 안내하던 것에서 나아가 아예 F&B나 룸서비스로 메뉴를 제공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2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은 21일 이규제큐티브라운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K푸드데이’ 이벤트를 연다. 이 행사는 기존의 칵테일 아워를 대신해 매월 1회 진행하는 것으로 그동안 ‘치맥 데이’, ‘막걸리 데이’ 등이 열렸다. 엔데믹으로 외국인 고객이 다시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한국의 일상 음식과 문화에 대한 문의가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호텔 관계자는 “4월부터 이미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숙 비율이 70%까지 올라왔고, 지금은 관광객을 비롯해 외국인 투숙객이 비율이 상당 부분 회복됐다”며 “컨시어지에 드라마에서 본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 라운지에서 K푸드데이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달은 21일 ‘복분자 데이’가 열린다. 이날은 주류를 중심으로 복분자 폭탄주(복분자+소주+맥주), 복분자막걸리(복분자+막걸리), 복분자 하이볼(복분자+클럽소다) 등 메뉴를 준비해 다양한 폭탄주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웨스틴조선은 최근 객실에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인룸 다이닝’ 메뉴에 치맥 세트가 포함돼 있고, 전통 약과 제조 과정 관람·광장시장 체험 등도 묶은 객실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롯데호텔의 시그니엘 부산도 영화 ‘기생충’에 등장해 화제가 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인룸다이닝·뷔페 레스토랑 등의 정식 메뉴로 제공하고 있다. 짜파구리와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등이 어우러진 세트 메뉴도 만들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옛 길거리 포장마차 감성의 식당을 만들어 다양한 주류와 한국식 안주를 판매 중이다. 호텔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K팝을 따라 부르며 테이블 곳곳에서 함께 떼창을 부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서비스가 호평 받으면서 최근에는 음식에서 나아가 인생네컷(즉석 사진 촬영), 코인노래방 등 한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을 체험하도록 호텔 로비에 관련 시설을 일정 기간 설치하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투숙객을 중심으로 기존 관광지가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맛집이나 체험 공간을 개별적으로 방문하거나 경험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이런 고객들을 겨냥한 패키지나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4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7%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