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영구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약 40일 만에 재개됐지만 여야가 평행선을 달렸다. 여당은 ‘원전 수명 연장’을, 야당은 ‘탈원전’을 주장하며 반목을 되풀이했다. 이러다가는 특별법이 좌초돼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론이 과학계와 원자력산업계에서 불거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벤처기업위원회는 21일 오후 산업통상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심사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소위 이후 39일 만이다. 여야 간 팽팽한 이견으로 어렵게 잡힌 법안 소위였지만 이날도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위원들은 서로의 의견 차이만 재확인한 채 다음 소위로 심사를 넘겼다.
여야가 가장 크게 충돌한 부분은 ‘폐기물 저장 용량’ 기준이다. 국민의힘 소속의 이인선·김영식 의원 발의안은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를 각각 발전용원자로의 ‘운영 허가 기간 발생량’ ‘운영 기간 동안 발생 예측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이를 반영해 폐기물 저장량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은 저장시설 규모를 ‘설계 수명 기간 중 발생량’으로 적시했다. 원전 가동 연장 가능성을 차단한, 탈원전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국회 산자중기위 관계자는 “양측이 발의한 법안이 전제부터 다른 데다 오랫동안 이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원전 내 저장시설이 빠르게 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30년 한빛원전부터 저장시설 포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원전 등도 곧 포화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대로 원전 내 저장시설이 건설되지 않으면 사용후핵연료를 둘 곳이 없어 원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고준위 방폐장은 최종 완공까지 약 37년이 소요되는 만큼 더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입법의 ‘골든타임’을 6월로 보고 법안 소위 통과를 목표로 추진해왔지만 결국 논의가 표류됐다.
1년 가까이 상임위에서 계류 중인 법안이 21대 국회 임기 막판에도 통과되지 못하며 결국 폐기될 경우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입는 피해도 막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