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페미에 좌표 찍혀” 여성안심귀갓길 없앤 구의원에 '사퇴 요구' 쇄도

여성안심귀갓길 전면 폐지를 성과로 내세운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 관악구의원. 유튜브 채널 캡처여성안심귀갓길 전면 폐지를 성과로 내세운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 관악구의원. 유튜브 채널 캡처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등산로 성폭행 살인 등 범죄가 이어지자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을 의정 성과로 홍보한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21) 관악구의원을 향해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최 의원은 "페미니스트들이 좌표를 찍고 폭언을 하고 있다"며 댓글 등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부터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와 최 의원 유튜브 채널 등에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특히 20일 신림동 둘레길 등산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끝내 사망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이후 구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은 "사과하고 사퇴하라", "본인의 짧은 생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킨 최인호를 규탄한다", "부끄러움 알고 사퇴하라"는 등 최 의원을 향한 수백 건의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최 의원의 사퇴를 요구한 이들은 최 의원이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 근래의 연이은 강력범죄에 영향을 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전액 삭감을 자신의 주요 의정 성과로 홍보하는 영상을 올린 바 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전액 삭감을 자신의 주요 의정 활동과 성과로 소개했다. 최 의원은 영상을 통해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는다고 해서 여성들이 안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남녀 모두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그대로 안심골목길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자찬했다.

이에 따라 관악구는 지난 1월까지 관악구 내 비상벨과 폐쇄회로(CC)TV 등을 갖춘 안심골목길 24개소를 설치했다.

20일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에 최인호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홈페이지 캡처20일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에 최인호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홈페이지 캡처



한 관악구민은 이날 구 홈페이지에 “여자들이 몰카 및 성범죄 피해에 공포심을 느끼는 걸 피해망상으로 몰아가면서 여성안심귀갓길, 불법촬영 방지 예산 삭감 계획을 자랑으로 떠들고 다닌 결과 관악구 신림 치안은 완전 박살 났다”며 “어제도 무고한 여성분 한 분이 목숨을 잃었다. 범죄가 일어나지 않으니까 관련 예산 다 없애자고 한 게 누구였냐. 양심 있으면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기사



또 다른 시민은 “(최 의원처럼) ‘관악구에서는 최초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집니다’라는 홍보영상을 퍼뜨리면 범죄자들이 ‘범죄 저지르기 쉽다’ 생각해 일부러 찾아올 것”이라며 “구의원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재조명되길 바라며, 관악구의 안전 행보도 바뀌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 유튜브 채널 댓글창에도 “살다 살다 페미니즘 싫다고 지역구 주민들의 치안과 안전한 귀가까지 앗아버리는 인간을 다 보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서 이대남 표를 얻은 게 시작” 등 그를 질타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최 의원은 비판이 그칠 줄 모르자 자신의 유튜브 채널 댓글창을 닫는 한편 고정 댓글로 "앞으로도 여성안심귀갓길 글자 써놓고 안전한 곳이라고 믿음을 선동하지 않겠다"며 "비상벨과 cctv를 설치하고 사각지대 없는 시설물 배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타까운 사건을 틈타 성별을 매개로 정치선동장사 해보겠다는 태도가 바로 관악구의 치안을 훼손해온 것"이라며 "페미니스트들이 책임소재를 묻기 위해 행정적 절차와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좌표를 찍고 폭언을 하고 있어 해당 댓글 모두 고소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최 의원은 지난해 제8회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불법촬영 감시 및 점검 예산 전액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앞서 최 의원은 2019년 자신의 유튜브에서 “여성이 성범죄를 더 많이 당할 수밖에 없다. 여성이 당해야 마땅하다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다”며 “여성의 공포감은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어디까지 실재하고 어디까지가 피해망상인지 확실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1년에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서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다.


김태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