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돈을 풀어 표심을 살 생각을 하지만 국민 10명 중 약 8명은 나라 살림을 위해 긴축재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정부의 세금 수입 펑크가 40조 원에 육박하자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반대 여론도 찬성을 웃돌았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달 한국갤럽에 의뢰해 21~22일 정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민심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76.4%가 국가 재정성 강화와 관련해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세금을 더 걷어 재정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한 비율은 16.8%에 그쳐 증세론에 대한 반대 여론이 분명히 드러났다. 특히 젊은 층에서 긴측 재정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18~29세(83.8%) 및 30대(84.9%)에서 각각 80%가 넘는 찬성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40대(71.8%) 및 50대(67.7%)에서도 정부 지출을 줄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49.3%로 ‘해야 한다(39.8%)’는 의견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보다 39조 7000억 원 적게 걷히는 등 이른바 세수 펑크가 심각해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일수록 국가채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나랏빚을 늘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보다 미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정 건전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도 “2030세대는 경제 지식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추경보다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5년간 부채가 400조 원 늘어난 것은 젊은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라며 “추경이 단기 효과는 있지만 몇 개월 반짝하는 데 그칠 뿐”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미일정상회의에서 3각 경제·안보 협력을 높인 가운데 이를 지지하는 여론도 우세했다. 전체 응답자의 66.5%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반면 반대 의견은 26%에 그쳤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 등 일본의 태도 변화 여부에 따라 관계 개선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의견이 52.5%로 과반을 기록했다. ‘미래를 생각해 가능한 한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36.5%에 달했다.
한편 이번 2차 설문조사는 21~22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1.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