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中 영웅’ 정율성 공원 논란…“보훈 가족에 피눈물” 절규 들어야


광주광역시가 중국의 인민해방군가와 북한 군가 등을 작곡한 정율성을 기념하기 위해 예산 48억 원을 들여 공원 조성 사업에 나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광주시는 정율성의 항일 독립 정신을 기리고 한중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명목으로 동구 불로동 일대 878㎡에 ‘정율성 역사공원’을 연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이에 앞서 정율성로(路)와 정율성 동상 등도 만들었다. 전남 화순군은 12억 원을 투입해 복원한 그의 고향 집에 사진을 내걸고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6·25전쟁 당시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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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태생인 정율성은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팔로군 행진곡’에 이어 북한에서 공식 군가처럼 불리는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6·25전쟁 때는 중공군으로 참전해 위문 활동을 벌이면서 국군과 맞서 싸운 북한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그는 그 뒤 북한에 정착했다가 1956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정율성은 대한민국을 적대시한 군대의 응원대장이었던 셈”이라며 “‘중국 영웅’ 또는 ‘북한 영웅’인 그를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릉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런데도 강기정 광주시장은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라며 “그의 업적 덕분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광주를 찾아온다”고 강변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국가 정체성마저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6·25 남침을 응원한 인사를 떠받드는 데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씨는 “호국 유공자에게는 무관심하면서 북한·중국 공산 세력을 도운 인물을 기념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을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사업”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광주시는 보훈 가족의 절규에 귀 기울여 정율성 공원 조성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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