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변협 설문서 변호사 55% "로톡 징계 중단해야"

이달 7일~18일 전체 회원 설문 진행

사설 법률 플랫폼 허용도 70% 찬성

로톡 측 “설문 편향적인데도 고무적”

서울경제가 입수한 변협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전국 회원 설문조사 결과’ 자료. 사진=이건율 기자서울경제가 입수한 변협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전국 회원 설문조사 결과’ 자료. 사진=이건율 기자




사설 법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징계해 논란이 된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한 설문에서 변호사 절반 이상이 “로톡 이용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변협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전국 회원 설문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귀하는 변협이 합헌 결정을 받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사설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일부 회원들을 징계한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문항에 답변한 변호사 3429명 중 1888명(55.1%)이 ‘향후 징계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징계는 정당하지만, 사설 법률 플랫폼 무료 이용 회원에 대한 징계 뿐만 아니라 유료 이용 회원에 대한 징계이더라도 사설 법률 플랫폼에 종속되는 수준에 이르지 않고 변호사 업무에 부수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라면 향후 중단할 필요가 있다(839명, 24.5%) △징계는 정당하지만, 사설 법률 플랫폼 무료 이용 회원에 대한 징계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이므로 향후 중단할 필요가 있다(642명, 18.7%) △징계는 부당하고 앞으로도 징계하지 말아야 한다(407명, 11.9%)로 나타났다.

그 외에 △징계는 정당하다. 전체 회원의 총의를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금지하지 않았을 경우 사설 법률 플랫폼이 난립하고 변호사의 공공성, 독립성이 훼손됐을 것이다(1378명, 40.2%) △기타의견(163명, 4.7%)으로 조사됐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소속 변호사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이달 2월 23일 나왔다.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모습. 연합뉴스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소속 변호사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이달 2월 23일 나왔다.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모습. 연합뉴스



사설 법률 플랫폼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귀하는 사설 법률 플랫폼의 허용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대답한 3435명 중 2413명(70.2%)이 전면 허용 또는 제한적 허용에 찬성했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변협이 사설 법률 플랫폼에 대한 통제 및 감독 권한, 공공데이터 보유 권한을 가져야 한다(1022명, 29.8%) △변협의 사전 규제를 받게 하되 협회가 심사해 승인한 경우 어느정도 자유로운 영업을 허용해야 한다(792명, 23.1%)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영업하되 변협이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485명, 14.1%) △규제없이 전면허용해야 한다(114명, 3.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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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937명(27.3%)가 동의했다. 그 외 85명(2.4%)은 기타 의견이다.

변협 소속 변호사 대다수가 변협이 로톡에 대항한다며 만든 공공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사용해본 적 없다는 결과도 나왔다. '귀하는 법조 시장의 공공성과 변호사 직역의 독립성을 지키고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변협과 각 지방변호사회가 공동으로 개발한 공공 법률 플랫폼인 ‘나의 변호사(2022.3.30. 대국민 서비스 개시)를 사용해보신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응답자 3429명 중 73.9%인 2533명이 ‘아니요’라고 답했다.

변협은 이달 7일부터 18일까지 설문을 진행한 뒤 이날 ‘법률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관한 대토론회’에서 해당 내용을 논의했다. 토론회에는 변호사 약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자로 나선 로앤컴퍼니 이사 안기순 변호사는 “설문 안내나 구성이 다소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사설 플랫폼 허용여부에 대한 질문에 27%만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여러 단서가 붙긴 했지만 사설플랫폼 징계에 대해서도 60%의 변호사가 향후 중단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전민성 대한변협 제2정책이사는 “기존 징계에 관하여 83.4%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응답했고 11.9%만이 기존 징계가 부당하다고 했다”며 “또한 사설법률플랫폼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80.2%는 변협의 통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의 사설법률플랫폼은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설문을 통해 대다수의 회원분들이 여전히 협회 정책을 지지하고 기존 협회 정책에 대하여 타당하다고 평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변협 징계가 정당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다음달 6일 오전 10시에 두 번째 심의를 열 예정이다. 해당 설문결과도 징계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변협은 앞서 2021년 5월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도록 내부 광고 규정을 개정한 후 작년 10월∼올해 2월 로톡에 가입한 회원 123명을 징계했다.


천민아 기자·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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