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베드로가 예수에게 묻는다.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쿠오 바디스). 하지만 모든 것이 뒤집힌 세계 ‘스고파라갈’에서 극은 우리 인류에게 묻는다. “인류는 어디로 가는가?"
24일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스고파라갈’은 인류가 스스로 만들고 있는 재앙인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모든 인식을 반대로 뒤집음으로써 일깨운다. ‘갈라파고스’는 ‘스고파라갈’이 됐으며, ‘찰스 다윈’은 ‘윈다 스찰’로 뒤바뀌었다. 임성현 연출은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알고 보니 아는 것이 없었고 알고 보니 우리만 거꾸로 폭주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등장하는 배우는 7명이지만 이들은 하나처럼 움직인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관객 모두가 배우들과 하나가 되고, 인류 전체를 의미하게 된다.
인류는 미련하게도 꼭 재앙이 목전에 다가오고 나서야 허둥지둥 해결에 나선다. 너무 많은 종들이 멸종위기에 이미 처해 있고, 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가 있다. 그리고 인류는 자신도 그 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한다. “안 보인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고, 보인다고 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극 중 대사는 재앙과 함께, 인류가 쌓아놓았지만 금방 무너져버릴 문명의 거탑을 은유한다.
극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리듬감 있는 대사와 다양한 몸짓에 지루하지 않다. 특히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대사에 대한 배우들의 소화력이 대단하다.
제4의 벽을 깨는 등 관객 참여극의 요소도 가지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배우들은 “동시대를 꿰뚫은 통찰력과 신선한 형식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기후위기 시대 이런 공연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변할 것”이라고 자평한다.
아름답고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가사의 노래, 존 레논의 ‘이매진’은 극 중에서 항상 끝까지 연주되지 못하고 총성에 멈춘다. 대신 마무리하는 곡은 레너드 코헨의 ‘에브리바디 노우스’다. “모두는 알아, 재앙이 찾아오고 있어. 모두는 알아, 그것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공연은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