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펜데믹 특수 탔던 구글 크롬북, '전자 폐기물' 위기


코로나19 펜데믹 특수로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해온 구글 크롬북이 골칫덩이 신세가 됐다. 구형 모델의 크롬 운영체제(OS) 지원 기한 만료에 따라 사용처가 제한되는 탓이다. OS와 브라우저가 한 몸인 크롬북 특성상 OS 지원이 끝나면 최신 기술을 사용한 웹사이트 접속이 힘들어진다. 크롬북은 학교를 중심으로 널리 보급돼 있는데다 중고로도 제 값을 받기 힘들어 ‘전자 폐기물(E-Waste)’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구글 크롬북. 사진제공=구글구글 크롬북. 사진제공=구글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렴한 가격과 쉬운 사용성으로 학교에 적합하던 크롬북이 전자 폐기물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롬북은 구글 크롬OS를 구동하는 저가형 노트북이다. 일반적인 윈도우 기반 노트북과 달리 리눅스 기반으로 크롬 브라우저와 일체화 돼 안드로이드 앱 구동이 가능하다.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게임, 그래픽 작업보다는 간단한 문서 작업이나 원격 교육·회의 등에 최적화 돼 있다.



크롬북 지원 기간은 2020년 이후 출시 모델의 경우 8년이지만 이전 모델은 5년이다. 2020년 초 펜데믹으로 원격 수업을 위한 크롬북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당시 구입한 2019년 이전 구형 모델의 지원 기간이 만료되고 있는 것이다. 구글에 따르면 올해만 13개 모델, 내년에는 51개 모델의 크롬OS 지원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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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윈도우 지원이 끝나도 PC 사용이 불가능하지 않듯 크롬OS 사후 지원이 끝나도 크롬북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크롬OS가 브라우저와 일체화 돼 있다는 데 있다. 윈도우 사후 지원은 기본적으로 보안 업데이트에 그치지만, 웹브라우저 업데이트가 멈추면 최신 기술을 적용한 웹사이트 접속이 힘들어진다. 크롬북은 브라우저로 인터넷에 접속해 웹앱을 사용하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돼 문제가 더욱 크다.

크롬북은 가격이 저렴하고 게임 등 ‘딴짓’이 힘들어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널리 보급돼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글로벌 크롬북 출하량은 각각 3260만 대, 3700만 대에 달했다. 이는 애플 맥북 시리즈를 넘어서는 수치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이후 크롬북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크롬북 출하량은 2020년 2만4000대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12만8000대로 약 5배 증가했다.

지원이 끝난 크롬북은 중고 판매도 힘들고, 결국 버려질 수밖에 없다. 또 영상 편집 등을 위한 기본 앱도 탑재하지 않아, 학교 등에서 앱 구매와 구독을 위한 별도 비용도 발생한다. WSJ은 이런 ‘숨겨진 비용’에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크롬북 판매자들이 지원 기간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IT업계 일각에서는 크롬북의 지원기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드웨어 발전 속도와 그에 따른 앱 요구사항을 감안할 때 5년이면 저가 IT 기기 교체 주기로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포레스트 스미스(Forrest Smith) 구글 크롬OS 프로덕트 매니저는 WSJ에 “제조사의 하드웨어 부품 지원기간 등을 감안한 정책”이라며 “OS 지원 기한은 임의적(Arbitrary)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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