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홈쇼핑 블랙아웃’이 확산될 위기에 놓였다. 홈쇼핑 업체들과 유료방송 사업자들 간 송출수수료 협상이 잇달아 중단되면서다. 롯데홈쇼핑에 이어 현대, CJ온스타일 등 주요 홈쇼핑 채널은 송출수수료 갈등으로 인해 홈쇼핑사와 일부 유료방송 사업자들 방송 송출 계약을 종료했다. 양 측의 입장차가 커 블랙아웃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10월부터 케이블TV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의 방송 송출중단을 통보했다. 온스타일 측은 "정부의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 협의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계약 종료 절차를 밟고 있다"며 "빠르면 10월부터 방송 송출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LG헬로비전으로부터 CJ온스타일이 벌어들인 TV 방송 매출(취급고)은 582억, 송출수수료는 약 60%의 비중을 차지했다.
온스타일은 "업계가 호황일때는 매년 취급고 성장 대비 송출료를 2~3배 인상해 지불해왔으나 현재는 수익성 악화로 현실적인 송출료 협상이 고려 대상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라며 "매출 악화에도 불구하고 몇 년간의 피해를 감수해왔는데도 LG헬로비전은 케이블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이를 반영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보다 앞서 롯데홈쇼핑도 최근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와 방송 송출 계약이 종료돼 10월 1일 0시부터 방송이 나가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현대홈쇼핑도 LG헬로비전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의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들 지역의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68만가구다.
GS홈쇼핑은 케이블TV사업자와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1조4304억원)과 비교해 33.3% 늘어났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방송 매출액 대비 비중이 65.7%에 이르기도 했다.
반면 올해 2분기 홈쇼핑 상위 4개사(현대·GS·CJ·롯데)의 영업이익 총합은 560억원으로 1년 전(1065억원)의 반토막(47%)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매출액은 1조2238억원에서 1조1278억원으로 7%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홈쇼핑사들의 송출수수료는 2019년 1조8394억원에서 2022년 2조4101억원으로 최근 3년새 31% 늘었다. 같은 기간 방송사업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도 49.6%에서 64.9%까지 치솟았다. 100원을 팔면 60원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내는 셈이다.
다만 TV홈쇼핑 방송은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는 물론 홈쇼핑 협력사와 시청자 등 여러 이해관계가 물려 있기 때문에 홈쇼핑사 역시 파국을 원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 오는 10월 4일 이상록 전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대변인(전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이 한국TV홈쇼핑협회 협회장에 새로 취임하면서 송출수수료와 관련한 업계 대응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