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이 첨단기술 수출 통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대화 플랫폼 구축에 합의하고 29일 베이징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양국 무역 관계의 최대 쟁점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된 것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수출통제는 안보 기술에만 해당된다”고 강조한 반면 중국은 “안보 개념을 과다하게 확장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슈 액설로드 미 상무부 수출집행 담당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에서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첨단 기술 수출통제 시행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전날 열린 상무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회담에서 양측은 수출통제 관련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차관보급 대화 플랫폼을 만들어 이날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러몬도 장관과 왕 부장은 이 외에도 미중 무역 및 투자 문제를 논의할 차관보급 실무그룹 마련, 연 1회 이상 장관 또는 장관급 회담, 기업 기밀 및 영업비밀 보호 강화 등에 합의했다. 특히 차관보급 실무그룹은 1년에 두 차례씩 회의를 열기로 했으며 정부는 물론 민간 부문 인사도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이 가까스로 무역 현안을 둘러싼 대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하지만 모처럼의 훈풍에도 미국은 이번 합의가 수출 규제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통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전날 기자들에게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또 러몬도 장관은 전날 왕 부장과 만나 중국이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을 견제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미국은 중국 제재가 우선순위일 뿐 중국 경제 성장은 관심에서 밀려나 있어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한편 미국은 30일까지로 예정된 러몬도 장관의 방중 이후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제 방침을 지난해 10월 공개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