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086520)가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10년 간 이어온 끈끈한 파트너십이 화제다. 장기간 신뢰를 바탕으로 수요·공급 기업으로써 기회와 위기를 함께 넘기며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에코프로로써는 일본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배터리 소재 기술력을 인정받아 장기 공급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 세계 1위 하이니켈 양극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30일 에코프로에 따르면 일본 무라타제작소와의 파트너십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두 회사 간 협력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코프로는 소니에 처음으로 하이니켈 양극재를 납품하며 일본 무대에 데뷔했다.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 업체 가운데 일본에 소재를 공급한 것은 에코프로가 최초였다. 이후 무라타가 2017년 소니의 배터리 셀 사업을 인수한 이후에도 에코프로와의 협력 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소니와의 협력은 에코프로가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에코프로는 2009년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배터리 소재 라인을 증설했지만 경쟁 업계의 견제로 인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업 철수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당시 “이대로 가면 우리는 죽는다”면서 "세계에서 배터리 셀을 가장 잘 만드는 소니를 뚫자”고 독려했다고 한다.
까다로운 소니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엔 수년이 걸렸다. 에코프로는 2011년 소니에 자사 제품을 테스트해달라고 요청했고 소니는 2012년 에코프로 오창공장에 인력을 보내 품질 지도에 나섰다. 에코프로는 2013년 8월 소니에 5톤의 양극재를 시험 공급을 시작했고 2015년 3월에야 기술력을 인정받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시험 공급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소니 측에서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양극재를 개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17년 소니의 배터리 사업부를 인수한 무라타는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 에코프로는 현재 무라타에 전동공구, 무선청소기, 전동자전거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다. 공급량은 소니와 첫 거래를 시작했던 2013년 기준 6톤에서 현재 연간 수천 톤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일본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한 덕에 삼성SDI, SK온 등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도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양제헌 에코프로 이사는 “무라타는 에코프로 양극재의 품질을 보증하는 등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며 “고품질의 양극재 공급을 통해 앞으로도 무라타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